[신앙산책] “같은 깃털을 가진 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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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속담에 “같은 깃털을 가진 새들이 함께 모인다(Birds of a feather flock together).”라는 말이 있다. 여기서 말하는 “같은 깃털을 가진 새들”이란 우리말의 “끼리끼리”나 한자성어의 “유유상종(類類相從)”과 같은 뜻일 터이다. 새와 같은 미물(微物)뿐 아니라 사람들도 서로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끼리 친구가 되어 평생을 동행하며 살아가게 마련이다.

‘주님의 종’으로 평생 동안 목회에 종사하는 사역자(使役者)들도 자신이 추구하는 신앙노선이 같은 분들끼리 어울리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미 기독교계에 널리 소문이 난 《복음주의 4인방》으로 불리는 옥한흠(玉漢欽, 1938~2010, 사랑의교회), 홍정길(洪正吉, 1942~ 남서울은혜교회), 이동원(李東元, 1945~ 지구촌교회), 하용조(河用祚, 1946~2011, 온누리교회) 등 네 분 목사의 경우가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온누리교회’의 故하용조 목사를 도와서 사역을 했던 부교역자 한 분에게서 들은 이야기이다. 한번은 하용조 목사가 부교역자에게 위에 언급한 세 분에게 연락해서 모임을 가질 수 있도록 일정을 잡으라는 분부가 있었다고 한다. 위의 세 분은 모두 큰 교회에서 목회하는 분들이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내는 분들인데 뜻밖에도 별로 힘들이지 않고 약속의 일정이 잡히자 부교역자가 하용조 목사에게 “목사님, 모두 바쁘신 분들인데 생각보다 쉽게 약속의 일정이 잡혔네요.”라고 말했더니, 하용조 목사의 대답인즉슨, “만나고 싶은 사람끼리는 쉽게 만나게 마련이지. 바쁘다는 건 일종의 핑계야.”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친구 사이에 약속의 일정을 잡는데 힘이 들고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 ‘건강한 우정’에 대한 ‘의심의 단서(端緖)’가 될 것이다. 만남의 시기를 두고 주중이냐 아니면 주말이냐, 또 점심이냐 아니면 저녁이냐, 만남의 장소와 관련해서 한식집이냐, 일식집이냐, 아니면 중국집이냐를 두고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승강이를 벌이는 친구라면 어쩌면 그들 사이의 우정에 이미 균열(龜裂)이 나 있지 않은지 점검해보아야 할 일이다.  

위에서 언급한 하용조 목사의 설명을 다시 부연(敷衍)하면 진정으로 만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그들끼리의 약속을 우선순위 1번으로 둔다는 말일 것이다. 우선순위를 1번으로 두는 친구라면 설령 먼저 약속이 잡혀 있다 하더라고 웬만하면 그 약속을 뒤로 미루고 만나고 싶은 사람을 먼저 만나게 되니 일정을 잡는 데 어려움이 없게 된다는 뜻이리라. 

우리는 마음이 맞는 장사꾼을 ‘동업자(同業者)’라 부르고 같은 노선을 걸어가는 정치가를 ‘동지(同志)’라고 하며 같은 믿음의 노선을 지향하는 신앙인을 가리켜 ‘동역자(同役者)’라고 한다. 이때, ‘동업자’나 ‘동지’나 ‘동역자’는 피차간의 나이 차이를 초월한다. 그 구성원 간의 연령의 차이는 오히려 형제애로 발전하여 결속력을 다지는 긍정적 역할을 하게 마련이다. 좋은 친구는 때로 부모 형제나 친척들보다 나을 때가 있다. 우정은 종종 피보다 진함을 본다. 가족들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말을 친구에게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즐거움과 괴로움을 함께 나눌 좋은 친구가 있다는 사실은 인생의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서두에서 소개한 서양 속담 “같은 깃털을 가진 새(Birds of a Feather)”란 결국 서로 마음이 맞는 사람을 뜻한다. 요컨대 “마음이 맞는 사람”이란 “가치관이 같은 사람”을 말한다. 사랑하는 젊은이들이 결별하는 이유를 흔히 “성격차이”라고 하는데 사실인즉 이것은 가치관이 다른데서 생겨나는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다. 가치관이 같은 두 연인은 같은 곳을 바라보게 될 것이고 같은 꿈을 꾸게 될 것이며 같은 이상과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철이 철을 날카롭게 하는 것 같이 사람이 그의 친구의 얼굴을 빛나게 하느니라.” 성경 잠언서 27장에 나오는 이 말씀을 묵상하면서 “내가 친구를 빛나게 하고, 친구가 나를 또 빛나게 하는 것이로구나!”하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소망컨대, 믿음 안에서 우리의 우정이 좀 더 깊어졌으면 하는 마음을 가져본다. 우리의 우정이 좀 더 순수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우리는 모두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면서 사람과의 우정을 다져가는 존재임을 기억해야 하겠다.

문정일 장로

<대전성지교회•목원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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