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음의소리] 가정의 달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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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 날, 부부의 날, 성년의 날 등 가정과 관련된 날이 많다. 가정에 아이가 태어나면 경사가 났다고 모두들 기뻐하고 아기의 울음소리를 들으면 새 식구가 생겼다는 것을 이웃이 알게 된다. 청인(聽人)들도 소리를 잘 들을 수 없는 가족의 경우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며 그들의 삶에 대한 이해를 가지는 5월이 되었으면 한다. 가정의 형태로는 부부지만 한쪽 배우자는 청인이고 다른 한쪽은 농인인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 남편이 농인이고 아내가 청인인 경우가 그 반대인 경우보다 많이 있다. 아마도 여성이 더 농인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넒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부모가 농인인 경우 대부분은 청인자녀를 낳는다. 반대의 경우는 청인부모에게서 농인자녀가 태어나는 경우이며 미국의 경우는 농인자녀의 90% 이상이 청인부모로부터 태어난다. 또 다른 가정 형태는 태어난 형제들 간에도 모두 농자녀이거나 농자녀와 청자녀가 같이 있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가정의 형태는 언어의 소통방법에 따라 구분될 수 있다.

한 가정 내에서 농인과 청인이 혼재해 있는 경우 농인배우자에게서 수어를 열심히 배워 수어를 잘 하는 배우자도 있는가 하면 그저 간단한 수어 정도만 통하는 경우도 있고 그 가정에서만 통하는 소위 가정수어 정도의 수어를 구사하는 배우자도 있다. 구어 교육을 받은 농자녀는 구어를 구사하여 부모는 말로 소통하며 자녀는 부모의 입술을 읽으며 자신은 발성을 하여 소통하는 가정이 있을 수 있다. 반면 연세 드신 농부모 중에는 당시 구어 교육을 받은 분들이 아주 적어 일반적으로는 부모가 수어를 하고 청자녀는 부모의 수어를 어려서부터 배워 부모와 수어로 의사소통을 하며 지내는 가정도 있다. 이렇게 배운 수어로 자녀는 부모에게 통역을 해 주기도 한다. 청인부모가 있는 가정에서 형제지간에도 수어를 잘 하는 청인형제는 농인형제와 수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경우도 있다. 기본적인 수어는 비교적 잘 하는 편이나 조금 어려운 수어를 잘 하는 청인형제라도 농부모와 청자녀들 간의 수어 수준보다는 미흡한 느낌이다. 위의 가정 형태 외에도 외국인농인과 결혼한 가정의 경우 서로 다른 수어로 처음에 의사소통을 하다가 한쪽 배우자가 다른 한쪽의 배우자의 수어를 잘 숙지하여 소통하기도 한다.

한 개체가 농인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유아 시절, 아동 시절, 학교를 다니며 공부하는 기간, 사회에 나와 지내야 하는 긴 시간과 노년기가 있다. 자녀로서 지내다가 부모로서의 세월도 겪어야 하는 것이 인생의 과정일 것이다. 이러한 각 시기에 농인으로 지내는 것이 불편하지 않도록 우리 사회는 각종 제도와 교육체계, 그리고 복지체계를 OECD국가에 걸맞은 수준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다른 장애 영역보다 농관련 분야에 있어 이러한 면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이유는 우리 사회가 농인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다양한 농인가정의 형태가 있음을 상기하며 그들에 대한 배려를 좀 더 갖추어 나가기를 기대해본다. 보이는 언어인 수어로 소통하는 가정이 있음을 인식하며 그들의 문화인 농문화를 이해하여 그들과도 원만한 소통과 이해가 이루어 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위와 서술한 다양한 가정에서 음성 언어로 소통을 못하는 경우일지라도 가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사랑일 것이며 부모의 사랑을 자녀가 느낄 때 자녀는 안정감을 느끼며 자신감을 가지고 살아갈 것이다.

안일남 장로
<영락농인교회· 사단법인 영롱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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