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산책] 6.25전쟁 전사자, 워커 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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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튼 워커(Walton Walker, 1889~1950) 장군은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으며 한국의 6.25전쟁에도 참전하여 당시 미8군사령관에 재임 중이었다. 그는 1950년 12월 어느 날 오전, 미24사단에 들러 전날 은성무공훈장을 받은 그의 아들 샘 워커(Sam Walker, 1925~2015) 대위를 만나보기 위해 한국 군인이 운전하는 차량을 타고 의정부 남쪽 양주군 노해면(현재의 서울특별시 도봉구 도봉동)에서 대한민국 육군 제6사단 소속 차량과 추돌하여 차량이 전복되는 교통사고로 순직하였다. 당시 그의 계급은 중장이었으나 사망 후에 대장으로 추서(追敍)되었다. 

다음은 당시 미24사단에서 근무 중이던 워커 장군의 아들 샘 워커 대위(훗날 미육군 대장으로 예편)가 자신의 부친 월튼 워커 장군의 이야기를 회고한 내용이다. 

아버지께서는 중공군의 인해전술에 밀려 고전하고 있는 우리 미24사단을 독려하고 후퇴작전 중에 큰 전과를 올린 우리 사단에 대한 부대 표창과 미국정부가 저에게 수여한 은성무공훈장을 제 가슴에 직접 달아주시려고 ‘지프’로 달려오시다가 의정부 인근 어느 도로에서 후퇴 중인 한국군 트럭에 부딪혀 현장에서 돌아가시고 말았습니다.

계속되는 추위와 끝없이 밀려오는 중공군의 대공세에 밀려 온 전선이 계속 후퇴할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모처럼 아군이 큰 승리를 했고 그 승리의 주인공이 아들이라니 얼마나 기쁘셨겠습니까? 크리스마스 이틀 전인 1951년 12월 23일이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우리 부자간의 한국에서의 만남은 영원히 이루어지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틀 뒤 나는 일본 도쿄의 UN군 총사령관 맥아더 원수에게 불려갔습니다. 사령관이 제게 말씀했습니다. “워커 대위! 아버님의 전사를 진심으로 애도한다. 월튼 워커 대장은 정말 훌륭한 군인이었다. 그의 죽음은 우리 군인은 물론, 미국의 커다란 손실이다. 귀관에게 故월튼 워커 대장의 유해를 알링턴 국립묘지에 안장하는 임무를 맡긴다.” 그 순간, 저는 크게 놀라면서 격렬하게 반대했습니다.

“각하, 그것은 안 됩니다. 저는 일선의 보병 중대장입니다. 그리고 지금 저희부대는 후퇴중입니다. 후퇴작전이 얼마나 어렵고 위험하다는 것을 각하는 잘 아십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제 부하들은 목숨을 건 위험에 노출되어 악전고투하고 있습니다. 지금 중대장이 바뀌면 안 됩니다. 지금 우리 중대에 제가 없으면 안 됩니다. 故월튼 워커 대장의 유해는 의전(儀典) 부대에 맡기십시오. 저는 전선으로 돌아가겠습니다.”

그때 이미 문을 향해 걸어 나가던 맥아더 사령관이 뒤돌아서더니 조용히 말했습니다. “이것은 명령이야!” 그리고는 방을 나가버렸습니다. 군인이 명령을 어길 수가 없어 부대의 동료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저는 아버님의 유해를 가슴에 안고 이곳 미 알링턴 국군묘지까지 와서 바로 이곳에 안장했습니다. 저는 이미 워싱턴의 육군본부로 발령이 나 있었습니다. 

저는 지금 그때 맥아더 장군이 왜 그런 명령을 내렸는지 이해는 합니다. 사랑하는 부하와 그 아들을 한 전선에서 한꺼번에 죽게 할 수는 없었겠죠. 그것은 명령이어서 어쩔 수 없이 순종했지만 중대장이 부하를 위험한 전장에 남겨놓고 치열하게 전쟁 중인 한국을 떠나왔다는 생각이 지금도 저의 가슴을 무겁게 합니다.

사실이 그러하다. 월튼 워커 장군은 대한민국의 목숨이 경각에 달렸을 때, 무서운 집념과 용기로써 낙동강 교두보를 지켜낸 지휘관이다. 그가 《죽을 때까지 싸운다》면서 낙동강 방어선을 유지하는 동안 맥아더 사령관은 인천상륙작전을 준비할 수 있었다. 훗날 서울 광나루(현 광진구 광장동)에 세워진 『워커 힐 호텔』은 《워커 장군》을 기리기 위해 그의 이름이 붙여진 호텔이다. 

한국전에 참전했던 미군 장성들의 아들의 숫자는 아이젠하워 장군의 아들을 포함하여 142명인데 참전했던 이들 중, 전사했거나 부상당한 숫자가 25%로서 35명이나 된다. 6.25전쟁 발발 71주년에 즈음하여 저들이 보여준 ‘노블레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지도층에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를 되돌아보면서 저들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 앞에 우리는 경건한 마음으로 옷깃을 여미게 된다.

문정일 장로

<대전성지교회•목원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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