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들의 생활신앙]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

Google+ LinkedIn Katalk +

3년 1개월 2일간(1950.6.25-1953.7.27) 같은 민족끼리 전쟁을 치루었다. 6,25전쟁은 UN군의 이름으로 직접 참전한 국가가 16개국, 병원선과 의료 장비를 지원한 국가가 5개국, 원조 물자를 보내준 국가가 38개국, 지원 약속을 했지만, 미처 실시하지 못한 국가가 3개국 등 63개 국가가 참여한 세계적 전쟁이기도 했다. (당시 전 세계 국가가 90여 개였으니까.) 이런 전쟁을 겪은 나라에선 응당 노벨 문학상을 받을 만한 문학작품이 나와야 마땅하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전쟁과 평화」,「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같은 소설이나 시 또는 드라마가 나옴직하다는 것이다. 그런 경지까지 이르진 못했지만 모윤숙 시인의 긴 시 한 편을 함께 읽어보고 싶다. 매년 우리나라의 6월은 남다른 데가 있기 때문이다. 6월 6일의 현충일과 6.25한국전쟁일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광주 산곡을 헤매다가 문득 혼자죽어 넘어진 국군을 만났다.) “산 옆 외따른 골짜기에, 혼자 누워있는 국군을 본다. 아무말, 아무 움직임 없이, 하늘을 향해 눈을 감은 국군을 본다/누런 유니폼 햇빛에 반짝이는 어깨의 표식, 그대는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소위였고나. 가슴에선 아직도 더운 피가 뿜어 나온다/장미 냄새보다 더 짙은 피의 향기여! 엎드려 그 젊은 주검을 통곡하며, 나는 듣노라! 그대가 주고 간 마지막 말을…../나는 죽었노라, 스물다섯 젊은 나이에, 대한민국의 아들로 나는 숨을 마치었노라. 질식하는 구름과 바람이 미쳐 날뛰는 조국의 산맥을 지키다가, 드디어 드디어 나는 숨지었노라/내 손에는 범치못할 총자루, 내 머리엔 깨지지 않을 철모가 씌워져, 원수와 싸우기에 한번도 비겁하지 않았노라. 그보다도 내 핏속엔 더 강한 대한의 혼이 소리쳐/나는 달리었노라 산과 골짜기, 무덤위와 가시숲을, 이순신같이, 나폴레옹같이, 시이저같이, 조국의 위험을 막기위해 밤낮으로, 앞으로 앞으로 진격! 진격! 원수를 밀어가며 싸웠노라. 나는 더 가고 싶었노라. 저 원수의 하늘까지. 밀어서 밀어서 폭풍우 같이. 모스크바 크레믈린 탑까지 밀어가고 싶었노라/내게는 어머니, 아버지, 귀여운 동생들도 있노라. 어여뻐 사랑하는 소녀도 있었노라. 내 청춘은 봉오리지어 가까운 내 사람들과 함께, 이 땅에 피어살고 싶었나니. 아름다운 저 하늘에 무수히 나르는 내 나라의 새들과 함께, 나는 자라고 노래하고 싶었어라. 나는 그래서 더 용감히 싸웠노라. 그러다가 죽었노라. 아무도 나의 주검을 아는 이는 없으리라. 그러나, 나의 조국, 나의 사랑이여! 숨지어 넘어진 내 얼굴의 땀방울을 지나가는 미풍이 이처럼 다정하게 씻어주고, 저 하늘의 푸른 별들이 밤새 내 외로움을 위안해 주지 않는가?/나는 조국의 군복을 입은 채 골짜기 풀숲에 유쾌히 쉬노라. 이제 나는 잠시 피곤한 몸은 쉬이고, 저 하늘에 나르는 바람을 마시게 되었노라. 나는 자랑스런 내 어머니 조국을 위해 싸웠고, 내 조국을 위해 또한 영광스리 숨지었노니. 여기 내 몸 누운 곳 이름 모를 골짜기에 밤이슬 내리는 풀숲에 나는 아무도 모르게 우는 나이팅게일의 영원한 짝이 되었노라/바람이여! 저 이름 모를 새들이여! 그대들이 지나는 어느길 위에서나, 고생하는 내 나라의 동포를 만나거든, 부디 일러다오. 나를 위해 울지 말고, 조국을 위해 울어달라고, 저 가볍게 나는 봄나라 새여, 혹시 네가 나르는 어느 창가에서, 내 사랑하는 소녀를 만나거든, 나를 그리워 울지 말고, 거룩한 조국을 위해, 울어달라 일러다오/조국이여! 동포여! 내 사랑하는 소녀여! 나는 그대들의 행복을 위해 간다. 내가 못이룬 소원, 물리치지 못한 원수, 나를 위해 내 청춘을 위해 물리쳐다오/(중략)/산 옆 외따른 골짜기에, 혼자누운 국군을 본다. 누런 유니폼 햇빛에 반짝이는 어깨의 표식, 그대는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소위였고나. 가슴에선 아직 더운 피가 뿜어나온다. 장미 냄새보다 더 짙은 피의 향기여! 엎드려 그 젊은 주검을 통곡하며, 나는 듣노라. 그대가 주고간 마지막 말을”(1951.시집.風浪에 실림).

김형태 박사

<한남대 14-15대 총장>

공유하기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