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이야기] 간장 떡볶이 할머니의 40년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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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 할머니는 개성(開城)에 살면서 서울을 오가며 보따리 장사를 했는데 1950년 인삼을 팔려고 서울에 왔다가 6.25전쟁을 맞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였다. 북한에 있는 남편과 세 자녀를 만나지 못한 채 금천교시장에서 한 평 좀 남짓한 좁은 공간에 자리를 잡고 채소와 달걀, 꽃 등을 팔며 생계를 꾸렸다. 그러다 40년 전 개성에 살면서 무쇠 솥뚜껑 하나로 손수 만들어서 먹던 ‘간장 떡볶이’를 팔기 시작했다. 솥뚜껑에 기름을 두르고 가래떡에 고추장 대신 간장으로 간을 하여 고춧가루, 깨, 다진 파 등을 조금 넣어 살짝 볶는 것이 전부다.
떡볶이를 찾는 사람들은 쫄깃한 가래떡에 개운한 맛이 난다며 좋아했고, 김 할머니는 같은 자리에서 43년간 장사를 해오셨다. 그런데 할머니가 2015년 11월3일 99세로 폐암으로 세상을 떠나셨다.
할머니의 빈소에 짧게는 수 년, 길게는 수십 년 된 단골손님들과 동네 주민들이 할머니의 간장 떡볶이를 잊지 못해 조문을 하면서 “하늘나라에서 행복하시라”고 추모를 하였다. 그리고 할머니가 낡은 의자에 앉아서 언제나 다정하게 말을 걸어주시던 기억을 오래 간직하고 싶다고 하였다. 김 할머니는 떡볶이를 먹으러 온 학생들의 어려운 사정을 알고 등록금이나 생활비를 보태라고 돈을 종종 건네주었다. 2009년에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2300만원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하였으며 20년 전에 장기기증을 약속하였다.
11월 4일, 서울적십자병원 장례식장에는 단골 손자, 손녀들이 줄을 이었다. 이들은 할머니에게 떡볶이 주세요 하면서 가계를 찾던 학생들이다. 이화여대를 다니는 심 모씨는 우리 집 사정을 아시고 쌈짓돈을 몇 만원씩 주셨다고 하면서 조의금을 놓고 갔다. 김 할머니 장례식은 수목장(樹木葬)으로 치러져 경기 파주 용마리 추모공원에 묻혔으며, 할머니의 재산은 북한에 있는 자녀들을 위하여 남겨놓고 나머지는 사회에 환원한다고 유언을 남겼다.

김광식 목사<인천제삼교회 원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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