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리더] 개판 오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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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 든 것이 많은 사람을 든 사람, 재주가 많고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난 사람, 공감능력이 좋은 인성을 가진 사람을 된 사람이라고 한다. 씁쓸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쥔 사람을 동경하며 살아가고 있다. 든 사람의 반대말은 빈 사람이지만 속어로는 먹물과 깡통이다. 지식만 있고 지혜가 없는 먹물도 문제이지만 막무가내의 깡통들을 바라보는 시민들은 열불이 난다.

난 사람은 잘난 사람과 못난 사람으로 구분되지, 인성으로 구분되는 것은 아니다. 정직하지 못한 난 사람들 때문에 세상이 시끌벅적하다. 그리고 세상에는 그런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공공교육의 목표가 든 사람과 난 사람을 양성하는 데 편중되고, 인성교육이 점차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삶의 목표는 발견하는 것이 아니다. 만들어 지기 때문에 교육이 중요한 것이다. 사람이 되는 것도 쉽지는 않지만, 사람답게 사는 것은 더욱 어렵다. 사람다운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사회를 기대한다면 공공교육 현장에서 공감능력을 배양하는 인성교육을 강화시켜야 한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편법이 판을 치면 쥔 사람의 법을 어겨도 된다는 관행은 내로남불로 나타난다. 권력을 갖기 전에 주장했던 그들의 법치는 힘없는 사람을 장악하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된다. 자신에게 불리하면 새로운 법을 만드는 사회, 질서와 규범이 무너진 사회를 우리는 개판이라 말한다. 6·25전쟁 당시 수많은 피난민들이 부산으로 모여들었다. 헐벗고 굶주린 피난민들을 위한 무료급식소가 부산 국제시장 근처에 마련됐다. 급식소에서는 밥솥 뚜껑을 열기 5분 전에 “개반오분전(開飯五分前)”이라는 말로 피난민들에게 배식 시간을 알렸다. “개반오분전”이라는 소리와 함께 몰려드는 수많은 사람들 때문에 무료급식소 앞은 아수라장이 됐다. 이런 상황이 마치 먹이를 주면 서로 먹으려고 으르렁 거리는 개들과 흡사했다. 이후 개반오분전은 무질서한 혼돈 상태, 카오스(Chaos)를 표현할 때 사용하는 ‘개판 오분전’으로 바뀌었다. 

하나님은 질서의 하나님이다. 땅의 경계를 정하고 계절의 질서를 만든 창조의 하나님이다. 변하지 않는 질서는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 질서가 무너지면 혼돈 상태가 찾아오고 우리는 자유를 잃게 된다. 유익에 따라 경계석을 옮기려는 내로남불의 위의 분들 때문에 세상이 아사리판으로 변하고 있다. 덕망이 높은 아사리()의 설법을 듣고자 모인 야단법석(野壇法席)이면 좋으련만, 빼앗으려고, 빼앗기지 않으려고, 소리치며 드잡이하는 견공(犬公)들의 아사리판, 법치가 무너지고 있어 우울할 뿐이다.

지식은 많으나

지혜가 부족하고

재능은 있으나

정직하지 못한

우 아래 없는

막돼먹은 사람들

이해는 하지만

든 사람 몸 사리자

든 사람 자리를

빈 사람이 차지했네

된 사람의 인격은

프레임에 멍이 들고

난척하는 몬난이

난체하는 얼간이

막 된 사람 어우러져

이전투구(泥田鬪狗) 하고 있네

고영표 장로 (의정부영락교회)

•칼럼니스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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