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연구] 성공의 덫에 걸린 기드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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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세상 돌아가는 세태를 보면서 필자의 머리에서 떠나가지 않는 인물이 있다. 구약시대 사사였던 기드온이다. 기드온 이야기와 오늘날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딱히 닮은꼴은 아니지만, 왠지 기드온이라는 인물이 필자의 기억에서 계속 맴돌고 있다. (기드온에 관해서는 이미 본란에서 언급한 일이 있다. 그러나 다시 한번 그의 생애를 복기해보려 한다.)

기드온은 원래 므낫세 지파 출신의 무명의 인물이었다. 하나님께서 그를 부르시고 이방 족속의 압제에서 이스라엘을 구원하라는 사명을 주셨을 때, 그는 놀라고 당황해서 이렇게 고백했다. “주여! 내가 무엇으로 이스라엘을 구원하리이까? 보소서, 저의 집은 므낫세 지파 중에서 극히 약하고 저는 내 아버지 집에서 가장 작은 자니이다.” (삿 6:15) 기드온은 자신에 대한 과대망상증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자기의 약함과 부족함을 아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는 하나님이 그와 함께하신다는 굳은 확신과 믿음만 가지고 300명의 소수의 민병들을 이끌고 나아가 호전적인 미디안과 아말렉 연합군을 무찌르고 승리했다.

이방 족속들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된 이스라엘 백성들은 기뻐 뛰며 기드온에게 몰려와 외쳤다. “우리들의 왕이 되어 주소서!” 백성들이 기드온에게 왕이 되어달라고 강청한 것이다. 고대의 왕은 무소불위의 절대적 권력을 가진 존재였다. 임기도 없는 종신직이었고, 왕위는 혈통적으로 계승되었다. 무명의 인물 기드온에게 꿈에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그러나 기드온은 백성들의 요구를 한마디로 거절했다. “이스라엘의 왕은 오직 여호와 하나님 한 분이시다.” 기드온에게는 이러한 확고부동한 신앙이 있었기에 그는 왕이 되어달라는 유혹을 물리칠 수 있었다. 여기까지가 기드온의 전반부의 삶이다.

그의 후반부의 삶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기드온이 아내가 많았으므로 그의 몸에서 낳은 아들이 70명이었다”라고 사사기는 기록하고 있다. (삿 8:30) 놀랄 만한 기록이다. 아들이 70명이라면 딸까지 포함하면 거의 150명은 될 것이다. 유아 사망률이 높았던 시대를 고려하면 기드온 자녀의 수는 2백 명을 훌쩍 넘는다. 이렇게 자녀가 많았다는 것은 기드온 주변에 수많은 여인들이 있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래서 사사기는 ‘기드온의 아내가 많았다’고 기록했다. 고대 당시 많은 여인을 거느릴 수 있다는 것은 곧 부와 권세의 상징이었다. 이스라엘 왕정의 기초를 확고히 한 다윗도 많은 부인이 있었고, 이스라엘 역사에서 전성기를 구가하던 솔로몬 왕은 말하기도 거북할 정도로 많은 여인들을 궁중에 두었었다. (왕상 11:3) 기드온은 수많은 여인들을 비롯하여 아들과 딸들, 그리고 많은 식솔까지 합하면 수백 명이 넘었을 것이다. 기드온은 왕이라는 호칭만 쓰지 않았을 뿐, 백성들 위에 군림하고 부와 권세를 누리는 왕과 같은 존재가 된 것이다. 왕이 되기를 거부했던 순수한 신앙의 인물 기드온이 초심을 잃고 변한 것이다. 성공의 덫에 걸리고 만 것이다.

기드온은 주변의 수많은 여인도 부족해서 당시 큰 도성이었던 ‘세겜’에 애첩도 있었고, 그가 낳은 아들도 있었다. 기드온은 세겜의 여인이 낳은 아들에게 놀랄 만한 이름을 지어주었다. 지어준 이름은 ‘아비멜렉’이다. ‘나의 아버지는 왕이다’라는 뜻이다.

박준서 교수

<피터스목사기념사업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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