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포럼] 도둑의 도(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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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직후, 전철이 생겨나가 전 인 1950-60년대는 버스가 유일한 대중 교통수단이었다. 그 시절 버스는 무슨 힘으로 가느냐는 유머가 있었다. 정답 은 버스차장의 “오라이” 하는 신호였 다. 그 무렵 조폭이 생겨나면서 불법행 위와 폭력이 사회를 병들게 했다. 그런 데 불법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는 조폭 사회에도 엄격한 규칙이 있고, 도둑에 도 도(道)가 있다고 한다.

필자의 오랜 친구인 박창순이라는 대학 동기가 전해준 고사에 의하면, 옛 날 중국에 수천 명의 도둑을 거느린 ‘도 척’이라는 왕초가 있었다. 어느 날 부 하가 묻기를 “도둑에게도 도(道)가 있 느냐?”고 묻자 도척이 말한다. 어찌 도 가 없겠느냐. 집안에 무엇이 숨겨져 있 는지 아는 것이 성(聖)이요, 물건을 훔 칠 때 앞장서는 것이 용(勇)이며, 훔친 후 나중에 나오는 것이 의(義)다. 훔친 물건을 골고루 나누는 것이 인(仁)이요, 그날의 일이 잘될지 안 될지를 아는 것 이 지(智)이다. 이 다섯 가지를 갖추지 않고서는 큰 도둑이 될 수 없다고 말했 다. 꽤 의미 있는 말이다.

이 말에 대해 장자(莊子)는 명쾌한 해 석을 덧붙인다. 「이로서 살펴보면 물건 을 훔치려는 도독의 마음도 반드시 성 인의 도에 의탁한 후에야 실행할 수 있 다」. 좀도둑 정도라면 그저 물건만 열심 히 훔치면 되지만 큰 도둑이 되려면 성 인처럼 대의와 명분을 내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악행을 제법 그럴싸하게 포장 해야 더 많은 추종자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렇다. 남미 인디오들을 살 육했던 스페인 정복자들은 ‘하나님께 영광을!’이라고 외쳤다. 독재자 히틀러 는 ‘국민적, 국민의’라는 표현을 입버릇 처럼 사용했다. 인권을 말살한 무솔린 역시 신(神)을 대변하는 양심으로 행세 했고, 인민의 왕으로 군림한 마오쩌둥 의 좌우명은 ‘인민에게 봉사하라’이었 다.

우리나라의 경우 홍길동의 재미있는 예화가 전해지고 있다. 활빈당이라는 도적 무리의 우두머리인 홍길동은 많은 도둑을 거느렸으나 백성들의 물건에는 손대지 않고 탐관오리의 재물만 털었 다. 그리고 그 재물을 가난한 백성에게 나누어 주어 백성들 사이에서는 ‘의적’ 이라고 불렸다.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 지만 홍길동에게는 정상참작이 인정됐 다.

우리나라는 지금 「대장동 사건」을 두고 몸통이 누구냐? 연루된 자가 누구 냐? 따지면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아마 도 큰 도둑에게 많은 것을 털린 모양이 다. 집이 있는 사람도 울화가 치미는데 없는 사람의 심정은 오죽하랴. 서민에 게 돌아가야 할 이익을 ‘대도’가 삼켰으 니 이것이 온전한 나라인가. 현행범을 눈앞에서 보고도 정부는 도둑 잡을 생 각을 안 하고 감싸기만 하고, 도둑은 눈 하나 꿈적 않는다. 이쯤 되면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도척이 말하는 다섯 가지 덕목쯤에는 도가 텄을 듯싶다.

나라 곡간을 파먹는 재주는 “聖”에 이를 정도로 손색이 없다. 집권 4년 반 만에 순식간에 나라 빚이 400조원을 훌 쩍 넘겼다. 지난 정부 50년과 맞먹는다. 6.25참전 용사들이 받는 수당은 겨우 35 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 80-90세 노인들 이 약값으로도 부족하여 약값을 올려달 라고 했더니 정부는 ‘돈이 없어’서 못준 다고 했다. 전쟁터에서 목숨을 걸고 싸 운 국가유공자는 돌보지 않으면서 정치 적 자기진영 사람들에게는 돈을 수억- 수십억씩 퍼붓는 정부가 무슨 일을 제대 로 하겠는가! 자기들 배만 불리는 정부 는 반드시 토해낼 날이 오고야 만다.

코로나 사태가 터진 뒤 대통령이 선 봉에 서서 K방역을 세계 만방에 알린 것은 ‘용(勇)’의 실천이요, 노른자위 부 동산은 권력층과 LH 직원들이 사이좋 게 나눠먹은 것은 ‘인(仁)’의 본보기다. 검찰개혁이라는 명분으로 권력핵심의 수사를 막고, 정파적 사건에 수사지휘 권을 발동하는 것은 ‘지(智’)의 완성이 다. 한국의 4류 정치인에게는 도척이 갖 지 못한 하나가 더 있다. ‘내로남불’이 다. 윤미향을 봐라. 그 불쌍한 위안부 할머니들의 등을 쳐 먹어 온 국민의 원 성이 높은데도 자기편이라고 의원직을 살려주고 있지 않은 가! 조국 사태를 보 면서 우리는 내로남불의 극치를 보았 다. 이제 곧 선거철이 다가오고 있다. 도 둑 중에 제일 큰 도둑은 ‘표’도둑이다.

배영복 장로<연동교회>

한국예비역기독군인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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