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지성2] 남북한이 나아가야 할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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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후 분단된 국가들은 평화든 전쟁이든 간에 모두 통일되었다. 세계 유일하게 남북한만이 광복 후 오늘날까지 분단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남북한 겨레들은 언제까지 계속 분단국가로 남아 있을 것인가 마음을 비우고 시대적 사명을 발휘할 때다. 

1789년 프랑스혁명이 발생하여 자유(自由)와 평등(平等)을 강조하는 사상이 한때 유럽에 휘몰아쳤다. 이 과정에서 유심론을 주장하던 헤겔(F. Hegel)의 사상을 따르던 세력은 자유를, 유물론을 주장하던 마르크스(K. Marx)의 사상을 따르던 세력은 평등을 강조하였다. 이 두 사상은 우익과 좌익으로 나뉘어 충돌함으로써, 두 세력 모두에게 많은 피해와 희생을 초래하였다. 우익 사상은 미국을 통해서 남한에, 좌익 사상은 소련과 중국을 통해서 북한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특히 평등을 강조하는 북한은 코민테른(Comintern)의 분위기 속에서 소련과 중국의 지원을 받아 6·25전쟁을 일으키기도 하였다. 자유와 평등의 문제는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누구에게나 필요한 사상으로써, 상호 공존(共存)의 방향을 찾아가야 할 이념이다. 한때 세계의 절반 이상을 휩쓸었던 마르크스주의(Marxism)는 주로 빈부격차가 심한 국가들에서 호응을 많이 받았으나, 오늘날은 탈이념의 시대로 바뀌어 가고 있다. 

오늘날 전 세계사의 흐름은 이념을 넘어 자기 나라의 국익과 실리를 중시하는 실사구시(實事求是) 정신의 추구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런 경향은 1980년대 소비에트 연방공화국을 이끌던 고르바초프(M. Gorvachov) 서기장의 개혁·개방 정책으로 나타나 넬친(B. Neltzine) 지지 세력을 거쳐 이 나라뿐만 아니라 동구권 여러 나라에 1990년대에 체제 전환을 가져오는 지각변동의 계기가 되었다. 중국에는 2008년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黑描白描論) 사상이 개혁·개방으로 이어져 이 사상은 중국이 세계적인 경제대국으로 부상하여 미국과 대결할 수 있을 정도로 중국이 급성장할 수 있는 사상적 기저가 되었다. 그 외 베트남이나 쿠바도 빠르게 탈이념 국가로 변신해 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평등이념의 동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핵무기를 담보로 체제 수호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적화통일의 꿈도 버리지 않고 있다. 북한은 개혁적인 시각에서 굳게 닫힌 문을 열고 비핵화의 결단을 내려가면서 진정 주민의 민생을 더욱 중시하는 정책을 펼쳐 나가야 한다. 북한이 평등이념과 백두혈통의 절대성만을 계속 고집한다면, 이는 상식에서 벗어난 독선적 주장이다. 김정은 정권은 자유라는 개념이 자본주의 잔존물로 고집하지 말고 평등 못지않게 소중한 이념이라는 것을 인정할 때, 진정한 평화통일로 가는 길이 될 것이다.

남북한은 언제까지 평등을 강조하는 죄익 사상, 자유를 강조하는 우익 사상의 대립에 머물러 있을 수만은 없다. 이 두 이념은 모두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획일적 평등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자유가 위축될 수 있고, 자유를 지나치게 강조하면 공동체 정신이 위축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평등을 강조하는 사회민주주의나 자유를 강조하는 자유민주주의나 완벽한 통치이념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남북한의 겨레들이나 지도자들은 이제 좌우이념을 넘어 미래에 가장 지속적 발전 가능한 이념을 모색해 내는 데 결단코 인색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 이념을 도출해 내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마음을 비우는 것이다. 자기 독선을 버리는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중론이 모아지게 되고, 그런 중론은 한반도 평화통일이념에 주춧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성숙한 민주국가로 가는 길이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 모두 마음을 비워 하루속히 미움과 독선을 청산하고 남북한이 하나되어 미래(未來)로 웅비(雄飛)해야 할 것이다.

조인형 장로 

– 영세교회 원로

– 강원대 명예교수

– 4.18 민주의거기념사업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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