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고싶은 이야기] 공평과 정직을 실천하는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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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희랍 철학의 거장 소크라테스는 재판관에게는 네 가지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친절하게 듣고, 정확하게 듣고, 정확하게 대답하고, 냉정하게 판단할 때 공평하게 재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소크라테스의 이 말은 재판관뿐만 아니라 땅을 밟고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경청해야 할 가르침이기도 하다. 이 가르침은 삶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대화의 기술이자 대인관계의 지혜가 된다.

우리는 먼저 다른 사람의 말을 성의껏 신중하게 잘 듣는 경청의 자세를 배워야 한다. 내 이야기를 많이 하기보다는 오히려 상대방의 이야기를 열심히 듣는 것이 더 중요하다. 사람의 귀가 두 개이고 입이 하나인 이유는 말하는 것의 두 배를 들으라는 하나님의 깊은 뜻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대답을 할 때는 정확하고도 설득력 있고, 감화력 있게 해야 한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애매모호한 대답은 듣는 이를 혼란과 곤경에 빠뜨린다. 정확하고 분명하게 말한다는 것은 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이 된다.

국가와 국민, 사회와 인간이 정의롭고 공평하게 되자면 “옳은 것은 옳다.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냉정하고 정확하게 판별해야만 한다. 권력이나 사사로운 감정과 이익이 개입된다면 잘못된 판단으로 의를 불의로 만들 수가 있다. 감정이나 이해관계가 작용하면 우리의 이성은 냉정을 잃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슴은 뜨겁고 머리는 차가운 반면, 양심은 올바르고 냉정해야 한다. 재판은 공평하고 정의로워야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은 공정과 정의가 점점 사라져 가고 있지 않은가? 힘을 가진 권력자가 자신의 힘으로 불의를 정의로 뒤집어 버리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을 비근한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다. 무죄한 사람이 범인으로 지목되어 20년간 억울하게 무고한 감옥살이를 하지 않았는가.

나 역시 억울한 일을 당한 적이 있었다. 어느 학교의 법인이사로 재임할 때인데, 나는 바쁜 일정 속에 해외출장을 가서도 이사회가 열린다고 하면 모든 것을 제쳐두고 반드시 참석을 했다.

그러나 다른 몇몇 이사가 담합을 해서 이사회가 성립되지 않도록 훼방을 하고 수업까지도 방해를 했다. 이러한 방해로 서울시 교육감은 훼방을 놓은 이사에게도, 충실하게 일했던 이사에게도, 심지어 임기가 끝난 나에게도 동일하게 임원 취소처분을 내린 것이다. 그리하여 행정소송을 하게 되었다. 결국 지방법원에서는 패소, 고등법원에서는 승소, 대법원에 가서는 파기환송을 시켰다. 상식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일을 이처럼 부정하게 처리한 그들의 행태를 보며,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의 일반적인 현실이 될까 자못 염려가 된다. 소크라테스는 일찍이 이런 세상을 두고 친절하게 듣고, 정확하게 듣고, 정확하게 대답하고, 냉정하게 판단하여 공평하게 재판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이스라엘 광야 공동체의 최고 지도자는 모세였다. 모세는 아침부터 밤까지 백성들의 재판을 담당해야 하므로 탈진 상태에 이르게 되었고, 그의 장인 이드로는 모세에게 중간 재판을 담당할 지도자를 세우게 하였다. 이들이 천부장, 백부장, 오십부장, 십부장이었다. 이들은 모두 재판하는 일을 맡았으므로 모세는 그들의 자격 요건을 “하나님을 두려워하며 진실하며 불의한 이익을 미워하는 자”(출 18 : 21)라고 하였다. 재판은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며, 진실하고 뇌물을 받지 않는 자가 하여야 한다고 가르친다. 이런 재판관의 자격은 예나 지금이나 변치 말아야 한다.

간절히 바라기는 바른 판단을 위해서 편견의 안경을 벗자. 권력에 치우치지 말자. 독선에 사로잡히지 말자. 아집의 노예가 되지 말자. 맹신의 포로가 되지 말자. 우리는 친절히 듣고, 바르게 대답하고, 냉정하게 판단하는 재판관처럼 공정과 정의의 사회를 함께 만들어 가야겠다.

김선태 목사

<실로암안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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