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지혜] 울려라 종소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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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빅토리아 여왕 시대의 계관시인 알프레드 테니슨(Alfred Tennyson, 1809-1892)은 가난한 목사의 집안에서 태어나 아버지의 교육 덕분에 문학에 대한 재능을 일찍부터 드러낼 수 있었다. 그는 캠브리지 트리니티 칼리지에 입학하여 천재적인 학문적 재능을 가진 아서 할람과 사귀면서 문학에 대한 깊이를 더해갔다. 테니슨과 할람은 점점 우정이 깊어져 갔고, 할람은 테니슨의 여동생 에밀리에서 사랑을 느껴 두 사람은 1833년 약혼까지 하게 되었다. 그러나 할람이 그해 9월 비인을 방문 중에 뇌출혈로 22세의 나이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으며, 이는 테니슨에게 커다란 정신적 충격을 안겨 주었다. 그는 정신질환을 앓을 정도로 심한 스트레스와 불면의 시기를 겪으면서도 친구를 애도하는 마음으로 1849년까지 17년 동안 계속 시를 썼다. 

이 장편의 시들은 1849년 『AHH를 추모하며 1833』(IN MEMORIAM A. H. H. OBIIT MDCCCXXXIII)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다. 여기서 A. H. H.는 테니슨의 고인이 된 친구 아서 헨리 할람(Arthur Henry Hallam)의 약어이고 로마 숫자 MDCCCXXXIII는 할람이 사망한 1833년을 나타낸다. 전체 시는 2,916행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시는 프롤로그로 시작하여 로마 숫자로 순서가 표기된 131개의 섹션(Canto)으로 묶여 있고 에필로그로 끝난다. 따라서 총 섹션은 133개이다. 

그 중에서 106번의 섹션에 있는 8개의 행을 추려서 찬송가를 만들었는데, 그것이 현행 찬송가 554장의 <종소리 크게 울려라>의 가사가 되었다. 원래 시의 첫 부분을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울려라 힘찬 종이여, 거친 창공에 울려라. / 날아가는 구름에, 싸늘한 빛에 울려라. / 오늘 밤 이 해는 지나가 버린다. / 울려라 힘찬 종이여, 이 해를 보내버려라. / 낡은 것은 울려서 보내버리고, 새것을 울려 맞으라. / 울려라 기쁜 종소리여, 흰눈 저 너머에 울려라. / 해는 이제 저무노니, 이 해를 울려 보내라. / 거짓을 울려 보내고, 진실을 울려 맞으라. / 울려 보내라, 우리가 이 세상에서 더 이상 볼 수 없는 자들 때문에 / 가슴에 번지는 이 슬픔을 보내버려라.”

종소리와 함께 슬픔을 날려 버리고 심기일전(心機一轉)하기를 기원하는 이 추모의 시가 송구영신(送舊迎新)을 위한 찬송가로 의미 전환되어 우리가 부르고 있다. 

문성모 목사

<전 서울장신대 총장•강남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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