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향기]한국장로교복지재단 12대 대표이사 김정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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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픔이 누군가에게 위로와 치유가 되길”

“총회에서 귀한 직분을 주셔서 감사하지요. 복지재단 대표이사직은 아무나 하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하나님께서 제게 목회 말년에 총회를 위해 일하라고 주신 기회라 생각하고 열심히 임하겠습니다.”
지난 1월 24일 본 교단 총회 산하 한국장로교복지재단 신임 대표이사에 취임한 김정호 목사(번동제일교회)의 소감이다. 김정호 목사는 “제가 복지전문가도 아니고 전임 대표이사이신 민경설 목사님에 비하면 많이 부족한데 이런 제게 복지재단 일을 맡기신 것은 저에게 맞게 잘 해보라는 뜻이라고 생각한다”며 “여러 가지로 어려운 이때 애쓰고 수고하시는 분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역할이 제 일이라고 여긴다”라고 말했다.
한국장로교복지재단(이하 복지재단)은 본 교단 총회가 6·25전쟁 동안 실시한 구호 사업에서 조직체의 필요성을 느낀 안두화 선교사의 추진으로 1954년 재단으로 설립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초기 학생기숙사와 순교자유족 입원시설, 은퇴교역자 시설 등을 운영하는 사업으로 시작해 현재는 노인, 한부모(여성), 장애인, 영유아, 아동, 지역사회, 가족 등 다양한 복지 분야에서 약 110개 시설을 운영하거나 위탁 관리하며 이웃을 돕는다.
김정호 목사는 지난 6년 동안 복지재단 이사로 협력하면서 복지 분야에서 교회의 역할에 많은 변화가 있는 것을 지켜봐왔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교회가 사회복지를 위해 할 일도 많았고 사회의 요구도 있었지만 지금은 국가적 차원에서 복지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는데다 교회가 실시하는 복지사업의 효과가 과거만큼 크지도 않다는 것이다.
“교회에게 복지사역은 지속적으로 해야 할 일이지만 과거보다 많이 힘든 것 같아요. 옛날에는 오히려 쉬웠다고 할까요. 교회가 물질적으로 도울 수 있는 영역도 많았고 고마워하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지금은 나라에서 잘하니 교회가 하는 일이 표시도 잘 안 나고 사람들도 감동하지 않아요.”
김 목사는 복지재단 12대 대표이사로서 해야 할 일로 세 가지를 꼽았는데 하나는 기존에 해 오던 사업을 잘 이어가는 것, 두 번째는 실무자들을 격려하는 일, 마지막으로는 복지재단이 선교의 통로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코로나 상황으로 복지재단 역시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많지만 그렇다고 일을 축소하거나 위축되지 않고 지금까지 복지재단이 해 오던 사업과 전통을 잘 유지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또 현재 복지재단에서 일하는 직원 분들이 다 복지전문가들이거든요. 복지재단과 관계하고 있는 복지시설이 110여 곳 있는데 그 시설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모두 다 복지 전문가들이세요. 전문가인 그분들이 일선에서 맡은 일을 잘 하실 수 있도록 그분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혹시 필요한 도움이 있다면 제가 할 수 있는 한 도움을 드리고 그들의 노고를 기억하고 격려하는 역할이 대표이사로서 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전도가 참 어렵지요. 가정을 방문해서 전도하기도 어렵고 거리에서 전도하기도 어려워요. 더욱이 코로나 이후로 교회와 교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강해져서 전도가 더 어려워졌어요. 이런 상황 가운데 복지재단이 선교를 위한 통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복지시설이 복음을 접할 수 있는 선교의 장이 되는 거지요. 그런 의미에서 복지재단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현장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김 목사는 그동안 이사회에 참여하면서 복지시설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크고 작은 갈등으로 마음에 상처를 입고 떠나거나 법적 소송으로까지 일이 커지도록 다툼이 생기기도 하고 심지어 신앙을 잃고 교회마저 떠나는 경우도 보았다며,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궁극적으로는 선교하기 위해 세워진 기관들인데 그런 모습들을 접하면 매우 안타깝다. 복지재단과 관계된 모든 시 설들이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 시설 근무자들이 행복하고, 시설을 이용하는 모든 분들에게도 좋은 영향들이 전달되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대표이사가 엄청난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모든 일을 다 해결할 수도 없지만 복지재단을 통해 ‘교회가 참 좋은 곳이구나’ 라고 여길 수 있도록 제 힘 닿는 한 돕고 싶습니다. 오늘날 교회가 할 수 있는 복지사역이란 물량적인 지원이 아니라 예수님 마음으로 위로하고 격려하고 사랑하는 일이 아닌가 싶어요.”
김 목사는 1996년 교통사고로 어린 아들을 먼저 떠나보내고 지금의 번동제일교회로 임지를 옮겼다. 그 아픔 때문인지 김 목사는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서 긍휼함을 느낀다.
“어린 아이를 봐도 안됐고, 노인들을 봐도 안됐고, 가만히 보면 사람들이 다 안됐어요. 그래서 제게 복지재단 대표이사 일을 맡기셨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예수님의 긍휼한 마음으로 모든 사람들을 따뜻하게 대해야겠다는 생각도 하고요. 11살짜리 아들을 잃었는데 세상에 그보다 더 아픈 일은 없을 거예요. 그보다 더 어려운 일도 없고요. 그때 아팠던 그 마음으로 모든 사람들을 대해야겠다는 생각을 목회하면서도 늘 하는데, 복지재단 대표이사로서도 같은 마음입니다.”
30년 넘게 목회하면서 김 목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사람. 어르신, 청년, 어린아이, 전 세대 어느 하나 귀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김 목사는 “교회 안에서 나로 인해 상처 받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다짐으로 모든 사람들과 화목한 관계를 유지하려 노력한다. 따뜻한 목회, 김 목사가 지향하는 목회다.
또 목회에서 중요한 것은 설교. 김 목사는 지금까지 25권의 설교집을 출판했다. 매년 일 년치의 설교를 한 권의 책으로 묶어 내고 있는데, 이렇게 설교집을 만드는 건 김 목사가 자신의 설교에 좀 더 책임감을 갖기 위해서다.
“젊은 시절 군목으로 사역할 때 훈련장 다니고 군인들 만나고 그러다 보면 한주가 금방 가요. 어느새 토요일 저녁이 돼 다음 날 주일 설교를 준비하려면 마음이 쫓기고 몸은 피곤하고 힘들어요. 그러면 제가 생각하기를 ‘이번 주는 대충하고 다음 주부터 잘 해야겠다’ 하는데, 그렇게 3년이 가더라고요. 그 다음부터 설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미리 철저히 준비하고 있어요. 저는 석달 뒤 설교 원고를 이미 다 준비해 놓았고, 월요일이면 돌아오는 주일 설교준비가 완벽히 끝나요. 하나님 말씀을 잘 전하는 것이 목사의 가장 중요한 본분이니까요.”
번동제일교회는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비대면예배와 함께 대면예배를 계속 진행해 왔다. 주일예배뿐 아니라 수요예배와 구역모임들도 대면으로 한다. 대면모임과 예배를 지속하는 것에 대해 사회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고 교회 안에서도 다른 의견들이 많아 어려움이 컸다. 하지만 대면예배를 이어온 결과 현재 주일예배에 약 70%의 성도가 참석하고 있다.
“예배에 최선을 다하는 겁니다. 다니엘이 사자 굴에 들어갈 것을 알면서도 자기 집 높은 곳에 올라가서 예루살렘을 향해 하루 세 번씩 기도했던 것처럼 예배를 포기하지 않은 거예요. 다니엘의 세 친구도 풀무 속으로 들어갈 것을 알면서도 우상에게 절하지 않았지요. 코로나로 어려운 상황이라고는 하지만 다니엘과 세 친구의 상황에 비하면 지금이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에요. 성경 속 우리 신앙의 선배들, 또 로마시대 카타콤과 같은 상황을 돌아보면 지금보다 몇 배는 더 어렵고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었는데도 예배와 신앙을 지켰지 않습니까. 우리도 예배를 생명처럼 지켜야 한다는 마음으로 대면예배를 계속해 오고 있었어요. 결과적으로 예배에 70%가 참석하고 있으니 잘했다 여기지요. 또 재정적으로도 코로나 이전과 변함없이 채워주셨 고, 오히려 우리 교회는 오래된 엘리베이터 교체공사도 하고 주차장도 확장했어요. 기적이지요.”
복지재단 대표이사라는 새로운 일을 맡기도 했지만 한편 김 목사는 4년 후 은퇴를 준비하고 있다. “이륙보다 착륙이 어렵다”며 교회에서나 개인적으로나 모든 면에서 마무리를 잘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려 한다고. 가족과 교회에 부담이 되지 않기 위해 20년 전부터는 매일 하루에 3만보 이상 씩 걸으며 건강관리도 하고 있다.
“마지막에 시험 당하는 경우도 많고 그렇게 상처를 주고받는 모습들을 보면 참 안타깝지요. 남은 목회 4년은 더욱 교회 중심으로 목회에 집중하려 합니다. 설교나 인격에 흔들림이 없도록 노력하며 기도하고 있습니다. 저로 인해 상처받는 사람이 없도록. 복지재단 일도 마찬가지로, 저를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상처를 받는 것이 아닌 치유를 받기를, 제가 겪었던 아픔과 상처가 누군가를 치유하는 도구가 되기를 소망하고 기도합니다.”
/한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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