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현명한 유권자가 유능한 대통령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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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선거는 축제여야 한다. 특히 대통령선거는 더욱 그렇다. 적당한 긴장도 필요하고, 치열한 경쟁도 포함하며 결과에 따라서는 희비도 엇갈리는 흥미 요소들이 골고루 담겨있기 때문이다. 모든 공동체 구성원들이 즐겁게 참여하고 한바탕 축제가 끝나고 나면 흔쾌히 결과에 승복하고 다시 다음 축제를 기다리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그렇다는 말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제20대 대통령선거는 축제는커녕 악취가 진동하고 서로를 향한 흉측한 말과 일방적인 주장이 난무하는 볼썽사나운 싸움터로 변질되고 있다. 서로 진영을 구축하고 물불을 가리지 않고 상대방을 향해 무한 공격만을 반복하는 전쟁터와 다름 아니다. 당연히 선거의 중심이 되어야 할 후보자들의 정치 철학이나 정책을 차분히 비교, 분석해 주어야 할 언론들도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일방적인 주장이나 소문을 확대 재생산하고 노골적으로 한쪽 편을 드는 진영논리에 편승한 언론이 오히려 유권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만들고 있다. 정치에 관심을 갖게 하고, 올바른 정치를 위한 길잡이가 되어야 할 언론이 오히려 정치 혐오, 정치 무관심을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역대 가장 비호감 후보들의 선거가 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최선의 후보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최악이 아닌 후보를 골라야 하는 참으로 불편한 선거가 되고 있다. 물론 많은 선거가 최선이 아닌 차선을 선택해야 하고, 최악 대신 차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선은 그 정도가 지나치다. 유력 후보자 본인은 물론이고, 배우자, 가족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추문과 불법 논란에 빠져 있다.

물론 그중에는 실제로 문제가 될 만한 사안들도 있지만 아예 근거가 없거나 단지 소문에 불과한 내용을 가지고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는 경우도 많다. 자신의 장점과 강점을 강조하는 경쟁이 아니라 상대 후보의 약점과 단점을 파고드는 데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른바 네거티브 선거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선거 운동이 계속될 경우 축제가 되어야 할 대선판이 혼탁한 싸움판이 될 뿐 아니라 선거가 끝난 이후 심각한 후유증이 걱정이다. 지금부터라도 앞으로 5년을 책임질 대통령을 제대로 뽑기 위한 지혜를 총동원해야 할 때이다. 특히 세상을 살리는 일에 앞장서야 할 그리스도인들이 모범적인 선거문화를 만들기 위해 솔선수범해야 할 사명이 있다.     

무엇보다도 수많은 후보자 관련 정보 중에서 의도적으로 허위, 과장, 축소, 편향, 왜곡한 내용을 찾아내는 안목이 필요하다. 모든 후보자들은 자신들과 관련된 정보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본능적으로 실제보다는 미화하고 과장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무속이나 미신 등과 같은 비과학적이고 반기독교적인 성향의 후보를 가려내는 지혜도 필요하다. 국민 통합 차원에서 또는 표를 얻기 위해 여러 종교 지도자들을 찾아 면담하는 수준이 아닌 생활 속에서 지속적으로 이에 의존하는 명백한 반기독교적인 수준이라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과거보다는 미래에 초점을 맞추고 새로운 비전에 주목하는 후보가 오늘과 같은 난국에 필요한 지도자라는 점도 기억해야 할 점이다. 복수심이나 정권욕 같은 감성적 동기로 대권에 도전하는 사람은 좋은 지도자가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신이나 주변 사람들과 관련된 잘못이나 실수를 감추거나 속이려 드는 사람도 진정한 지도자감이 될 수 없다. 명백한 자료와 증거가 있는데도 발뺌하고 오히려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을 공격하는 적반하장을 일삼는 후보자도 자격이 없다. 항상 귀를 열고 국민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겸손하고 부드러운 지도자를 선택해야 한다. 아집과 고집에 가득 찬 자기중심적 사고로 무장한 사람에게 대한민국을 맡기면 우리 국민이 불행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 땅의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선거가 끝나는 그 날까지 좋은 지도자를 위한 기도를 그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기태 장로

<호남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문화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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