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포럼] 1센티의 기적과 행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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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4.19혁명 때의 일이다. 광화문사거리에 인접해 있는 K여고의 수업이 끝나고 학생들이 모두 집으로 귀가하는 시간에 단짝처럼 지내던 여학생 두 사람이 광화문 사거리를 건너가고 있었다. 한 학생은 키가 조금 크고 한 학생은 그보다 2-3cm가 작었다. 그런데 사거리를 건너 종로 방향으로 다정하게 길을 걷던 두 여학생에게 상상도 할 수 없는 큰 사고가 발생했다. 조금 키가 큰 학생의 이마에 무엇이 흐르는 느낌이 있어서 손으로 만져보니 피가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 깜짝 놀란 두 사람은 피를 닦으면서 「아! 이를 어쩌나. 시위대에게 쏜 경찰의 총에 우리가 맞았구나!」 죽지 않은 것은 다행이지만 총알이 우리의 머리를 살짝 스치고 지나갔다는 것을 생각하니 무섭기도 하고 겁도 났다. 하마터면 현장에서 찍소리도 못하고 죽을 뻔했던 것이다. 둘은 서로의 얼굴을 처다 보며 괜찮니? 하며 서로 위로하고 곧바로 병원으로 달려가 간단한 치료를 받고 집으로 돌아갔다. 머리에는 하얀 붕대가 칭칭 동여매어져 있었다.

만약 1센티만 더 밑에 맞았다면 이마를 관통했을 것이고 현장에서 즉사했을 것이다. 놀란 두 학생은 기적처럼 살아난 것에 감사하면서도 죽음의 순간이 번개처럼 빗겨간 것에 대해 「기적 같은 행운」이었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리고 ‘하나님’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1cm의 기적」이 그녀를 살린 것이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돌아올 때 하마터면 큰일날 뻔했다는 말과 함께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니 안심하라는 의사의 말을 듣고 비로소 안도의 눈물을 흘렸다. 이것은 실화다. 키가 큰 학생은 3.1운동 때 독립선언문을 작성한 최남선 선생의 외손녀이고, 조금 작은 학생은 그 후 내 아내가 되어 지금까지 행복하게 살고 있다. 

「1센티의 기적!」 이것은 스포츠나 영화를 통해서 또는 각종 사고를 통해서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즉 올림픽의 수영대회에서 1센티의 간발의 차이로 금메달을 따기도 하고 놓치기도 한다. 영화에서 보는 장면 가운데 우리의 간장을 녹이는 장면들이 있다. 고속도로를 달리던 차량이 운전기사의 실수로 난간을 들이박고 절벽 아래로 떨어지려는 순간 가드레일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는 장면이다. 차량의 뒷부분이 이미 난간을 지나 절벽 위 허공에 아슬아슬하게 떠 있는 상태를 볼 수 있다. 만일 차량의 무게 중심이 1센티만 더 앞으로 나갔어도 차량은 절벽 아래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아찔한 순간이다. 그러나 1센티의 덕분에 절벽 턱에 걸려 있다가 구조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또 전쟁터에서 적탄에 부상당한 환자를 치료하던 의사가 환자를 향해 운이 참 좋았다. 만약 옆구리에서 1센티만 더 안쪽으로 맞았으면 심장을 관통하여 죽게 되었을 텐데 기적적으로 살아났다고 축하해 주는 실화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공이 홀컵의 1센티 앞에서 멈추는 경우를 많이 경험했을 것이다. 그것이 마스터스 챔피언십 게임이었다면 1센티 차이로 수억 원을 놓치는 안타까운 일도 볼 수 있다. 이처럼 「1센티의 기적」은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하며, 행운을 갖다 주기도 하고 절망에 빠뜨리기도 한다.

필자는 아주 오래전에 비포장 지방도로에서 야간에 운전을 하다가 큰 사고를 당할 뻔했던 기억이 있다. 중앙선도 없는 시골 비포장도로에서 마주 오던 차량의 헤드라이트 때문에 앞이 보이지 않아 아무리 조심을 하고 서서히 갔어도 운전석 옆에 있는 백미러끼리 부닥치는 사고를 당했다. 만약 조금만 더 가까웠으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지 않았겠는가!

그런데 우리에게 앞으로 몇 번의 선거를 치러야 한다. 피할 수 없는 시급한 과제다. 모든 국민이 투표장에 가서 몇 번을 찍느냐에 따라 국가의 운명이 달라진다. 1번이냐? 2번이냐? 그 선택은 각자의 마음에 달려있지만 1번과 2번 사이에는 가느다란 선이 하나 그어져 있을 뿐이다. 1밀리밖에 안 되는 이 가느다란 선을 두고 우리는 기적을 만들어내야 한다. 후손에게 복되고 아름다운 유산을 넘겨주기 위해서는 당연히 거짓말 안하는 믿음직한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 거짓 선전에 속고 포퓰리즘에 속는 일은 없어야 한다. 

배영복 장로<연동교회>

• 베트남 선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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