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지혜] 교회의 세속화를 막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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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9년 여름 이집트의 중등학교 교육감인 코톱(Sayed Kotb)은 미국 콜로라도 주의 작은 도시에 있는 어느 주립대학에 연수를 왔다. 그러나 무엇을 배우려던 그는 미국 사회의 도덕적 타락과 물질만능주의와 교회의 세속화에 크게 환멸을 느꼈다. 특별히 그는 당시 세속화 된 기독교에 환멸을 느꼈다. 그가 느낀 것은 당시의 미국 사회에 만연된 자유주의의 사상에 물들어 교회마저도 타락하여 사람들을 오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어느 날 밤 코톱은 한 교회에서 벌어진 무도회에 참석하였다가 이러한 자신의 생각을 재확인하게 되었다. 교회는 젊은 남녀들을 모아 춤을 추게 하였다. 그때 그 교회 목사가 틀어준 음악은 당시의 유행가 중 하나인 “밖은 추워요 그대. 이제는 가야해요.”로 시작하는 노래였다. 그의 눈에는 희미한 불빛 아래 가슴을 맞대고 팔을 허리에 두른 채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이 타락하여 방황하는 영혼들로 비쳐졌다. 

코톱은 이집트로 다시 돌아간 후 사람들을 미국문화의 암흑으로부터 이슬람문화인 광명으로 구원시켜야 한다고 믿었다. 그는 정치활동을 시작했고 무슬림형제단에 가입하여 활동하다가 1966년 처형되었다. 그러나 그의 사상은 알 자와히리가 계승하게 되고, 그는 훗날 알카에다의 일인자 오사마 빈라덴의 정신적 스승으로서 9.11테러를 일으키게 된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슬람원리주의의 태동에는 교회의 세속화가 한몫을 했다는 것이요, 교회의 세속화는 낙관론에 기초한 자유주의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의 기독교는 어떠한가? 신학은 점점 자유주의에 물들어 가고, 교회는 낙관론에 빠져서 세속화에 대한 반성이 전혀 없다. 교회는 세상과 거리를 좁힌다는 명분으로 가사만 바꾸면 세속적인 노래와 별 다를 바 없는 음악과 악기를 그대로 예배에 사용하고, 거리를 활보하던 복장으로 예배를 집례하고, 스포츠 시설을 만들고, 무질서한 통성기도와 만담을 동반한 축복론으로 강단을 물들임으로 신비감을 상실하여 천박한 종교가 되어버렸다. 이러한 현실에 위기감을 느끼지 않고, 교회 내의 도덕적 해이와 부패를 그대로 둔 채, 기독교가 밀려오는 이슬람을 대항하여 이길 수 있는지 물어야 한다.

교회는 교회다워야 하고 종교는 종교다워야 한다는 말을 명심하지 않으면, 한국교회의 세속화는 이슬람에게 기회를 줄 뿐이다. 교회의 세속화를 막아야 한다.

문성모 목사

<전 서울장신대 총장

• 강남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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