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쉼터] 우아하게 늙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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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지난 이야기다. 환갑이 막 지나, 이제는 다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는 느낌이 들던 어느 오후에 버스를 탔다. 마침 옆 자리에 이제 유치원에 다닐 정도의 예쁜 공주가 앉았다. 나를 빤히 져다보는 그 눈빛이 너무 귀여워 무심코 주머니에 있던 사탕을 꺼내 건넸다. 이 꼬마아가씨는 내가 무안하게 얼른 받지 않고 나를 물끄러미 보면서 슬쩍 제 엄마의 눈치를 보았다. 그때 엄마가 “괜찮아, 할아버지 감사합니다 하고 받아야지”하자 그때서야 사탕을 받는 것이었다. 이때 나는 ‘괜한 짓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얼핏 들면서 한편으로는 벌써 내가 이렇게 늙었나 생각하면서, 이제는 밖에 나와서 이런 행동을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다행한 것은 받지 않겠다는 아기에게 사탕의 껍질을 벗기고 입에 넣어주려는 용맹(?)을 발휘하지 않았음을 다행으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사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노인이 무슨 벼슬이라도 되는지 어처구니없게 대접만 받으려는 사람들을 종종 발견하게 된다. 커피숍에서 손녀 뻘 되는 아가씨에게 반말은 보통이거니와 식당 같은 곳에서는 나이가 지긋한 여인들에게도 무례하게 말하기도 하고 때로는 큰 소리로 역정도 내는 몰상식한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이는 물론 본인의 품성이지만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은 모두 어려서부터 받아야할 교육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사실 교육이란 학교에 입학할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공부를 잘해서 좋은 학교에 들어가는 일에만 치중해서, 인성은 제쳐두고 오로지 시험을 잘 보는 것에만 온갖 신경을 집중하는 잘못된 교육방법을 따르고 있다. 그러기에 정규적인 학교 공부보다는 학원에 더욱 치중하는 잘못된 교육방법도 마다하지 않다보니 어려서부터 필요한 인성교육은 생각지도 못하는 현실이 됐다. 그러기에 오로지 세상에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식만을 배우기 위해  당장 필요한 공부만 함으로 사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인성교육은 배울 기회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바쁜 사회생활을 핑계로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도 적어 가정에서의 교육을 받을 기회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면서 일본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으면서도 일본인들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보여주는 ‘메이와쿠(남에게 폐를 끼치지 마라는 일본의 문화)’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 것이 우리의 통념이 되어 버렸다. 이런 마음태도를 갖는 것이 교육의 힘이고 이는 우아하게 늙어가는 것에 필수적인 요소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우리는 바로 얼마 전에 끝난 대선전에서 교양과 상식이 무엇인지를 너무도 확실하게 알았고, 이를 제대로 우리 생활에 접목시키는 요소가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알게 됐다. 

 얼마 전에 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아픈 몸을 이끌고 불안하게 입원한 병실에서 상대하는 의사나 간호사들에게는 물론이고 궂은 일을 하는 종업원들에게 가급적이면 웃는 얼굴로 존대어로 상냥하게 대화를 하니, 나를 대하는 그들의 태도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친절해 불안했던 병실생활에서 큰 위로를 받았던 기억이 있다. 

번지르르 겉치장만 차리는 것이 아니라 내면에 있는 진정한 선비적인 자세를 지니면서, 항상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황금률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물론 어렸을 때부터 가정에서, 교회에서 그리고 학교에서  배워야하지만 나이를 떠나 우리의 일상에서 언제나 실천하기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백형설 장로

<연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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