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고 싶은 이야기] 즐거운 삶은 덕을 베풀 때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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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서』(新書)에는 이런 내용의 글이 있다. 손숙오가 어렸을 때 밖에 나가 놀다가 머리 둘 달린 뱀을 보자 죽여서 땅에 묻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울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어머니가 우는 이유를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머리 둘 달린 뱀을 본 사람은 죽는다는 말이 있는데, 방금 그것을 보았으니 어머님을 남겨두고 죽게 될까봐 두려워서 울고 있습니다.” 어머니가 물었다. “그 뱀은 지금 어디에 있느냐?” 손숙오가 대답했다. “다른 사람이 또 보고 죽을까 봐 두려워 죽여서 땅에 묻었습니다.” 그때 어머니가 말했다. “남 몰래 덕을 베푸는 이에게 하늘은 복을 내린다고 하더구나. 넌 죽지 않을게다.” 그가 자라 성인이 되어 초나라 최고의 관직에 오르니 미처 나라를 다스리기도 전에 백성들이 그의 어짊을 믿고 따랐다.

우리나라에도 꿈에 대변을 보면 돈이 생기고, 시신을 봐도 돈이 생긴다는 말이 있고, 새해 첫날에 꿈을 꾸면 부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흔히 돼지꿈이니 용꿈이니 하는 좋은 꿈을 말하고, 개꿈이라고 하여 쓸데없고 의미 없는 나쁜 꿈을 말하기도 한다. 속설에서는 용꿈 가운데 청룡꿈이 제일이라고도 한다.

우리나라에는 금줄이라고 하여 아들을 낳으면 새끼줄에 고추를 매달아 대문에 걸어 두는 풍습이 있었다. 붉은 고추는 악귀를 쫓아내는 효험이 있다고 믿었다고 한다. 반면에 딸을 낳으면 검은 숯을 새끼줄에 걸어 놓는 풍습이 있었다. 이런 풍습은 악하고 부정한 것이 아기를 낳은 집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일종의 제의였다.

이렇듯 머리 둘 달린 뱀을 보면 죽게 된다는 것은 당시 초나라에 유행하고 있던 미신이었다. 아마도 우리가 당시 그런 뱀을 보게 되었다면 얼른 고개를 돌리고는 짐짓 못 본 척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손숙오는 이미 자기는 뱀을 보아서 죽게 되었다고는 하지만 다른 사람이 자기와 같은 횡액을 당할까 봐 걱정이 되어 직접 죽여서 아무도 볼 수 없도록 묻어 버렸다. 알아줄 이가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도 덕을 베푸는 일을 저버리지 않았던 어진 마음이다. 그런 이가 최고의 벼슬에 올랐으니 그가 베푼 정치가 어진 것이었음은 두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진정으로 덕을 베풀기 좋아하는 사람은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는다. 덕은 선하고 풍성한 삶의 인격으로 보상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이 민족은 보릿고개라는 것을 겪었다. 전쟁 이후에는 가난으로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비참했고 미망인과 버려진 아이들이 거리마다 넘쳐났다. 미국은 청교도정신을 본받아서 한국전쟁에 참전하였고 그 결과 수많은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미국에서는 구호물자도 보내와 한국전쟁 후에 큰 도움을 주었다. 뿐만 아니라 선교사들을 보내어 학교와 교회를 세우고 재건하는 등 희망을 안겨 주었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덕을 베푸는 기독교정신이 있었기에 미국은 오늘날 세계 최강대국이 된 것이다. 다시 말해 덕은 남이 보건 말건 베풀 때 복과 만족을 누리게 된다. 덕을 베풀 수 있는 힘이 있으면 남을 의식하지 않고 힘껏 베풀어야 한다. 덕을 베풀면 그것만으로도 늘 마음이 즐겁고 행복하고 가슴 벅찬 삶을 살 것이다.

덕을 입은 사람이 은혜에 보답하거나 덕을 베푼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는 것은 일종의 상급인 셈이다. 그런데 상급을 의식하고 덕을 베푸는 것은 덕이 아니다. 알아주는 이가 있는 상황에서만 덕을 베푸는 사람은 덕을 베풀 마음도 자격도 애초에 없는 사람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눈들과 귀들이 있다. 내가 모르게 나를 보는 눈이 있고, 내 말을 듣는 이가 있다. 그만큼 우리의 언행을 지켜보고 듣는 귀와 눈이 많다는 뜻이다. 그리고 나의 모든 언행은 언젠가 다 드러나게 되어 있다. 진실은 진실로, 가식은 가식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당장의 인기나 눈 앞의 이익을 위하여 가식적으로 덕을 베푸는 흉내는 결국 상급은 고사하고 위선자라는 딱지를 붙이게 될 것이다. 아주 작은 가식적인 행동도 크게 보는 예리한 시선들이 즐비하다는 것을 꼭 알아야 한다.

어머니들로 이루어진 실로암 어머니회가 있었다. 유명한 코미디언의 부인, 영화배우의 부인, 가수, 장관의 부인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중에는 평소에는 잘 섬기지 않다가 큰 행사가 있을 때는 나타나 눈도장을 찍고 인사받기에 급급한 사람도 있었다. 이런 사람들과는 달리 누가 보든지 안 보든지, 알아주든지 알아주지 않든지 실로암을 섬기는 어머니들이 얼마나 큰 인격자인가!

주운도라는 섬이 있다. 섬 주민이 많지 않고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가 하나씩 있는 작은 섬이다. 그 섬에는 감리교회가 하나 있는데 자신도 넉넉하지 않은 환경이었지만 중학생들과 고등학생들에게 점심을 제공하였다. 이런 사랑의 실천이 섬 주민들로 하여금 칭찬이 마르지 않게 하고 많은 주민들이 그리스도인이 되게 하는 것이다. 바울은 “우리 각 사람이 이웃을 기쁘게 하되 선을 이루고 덕을 세우도록 할지니라”(롬 15:2)고 하였다. 그 옛날 로마의 그리스도인들에게 주신 이 말씀은 또한 오늘을 사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주시는 말씀이다.

덕은 인간을 향한 아침 태양과도 같이 밝고 환하다. 태양이 어둠을 몰아내듯이 우리가 베푸는 덕이 세상의 어둠을 쫓고 밝은 세상을 만들 것이다. 덕은 베푸는 즐거움이 있다. 덕은 베푸는 이에게 기쁨을 선사한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덕을 베푸는 즐거움을 누리는 인생이기를 바란다.

김선태 목사

<실로암안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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