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의 길] 그래도 교회 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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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사님, 벌써 오셨어요? 오늘은 더우니 조금만 하세요’, 수요일 저녁 예배 시간이 되려면 한 참 남았는데, 교회 마당에서 허리 굽은 여든이 넘으신 노권사님께서 청소를 하십니다. 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해도 막무가내이십니다. 하도 말리니 몰래 오셔서 조용히 청소를 하셨습니다. 이제는 말리지 않습니다. ‘목사님, 그러지 마세요. 이거라도 해야지. 하나님께 아무것도 한 것이 없어 미안시러서 하는 거니 모른척 하세요’ 그러십니다. 

권사님이 코로나 팬데믹이 막 시작된 어느 날부터 하신 일입니다. 코로나 팬데믹은 처음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논란거리가 많았지만 이래 저래 교인들에게도 ‘교회’에 대한 생각거리를 준 듯 싶습니다. 교회들마다 예배를 드릴 수 없는 상황을 맞는 것이 충격이었는데, 권사님의 오랜 신앙 생활 속에서 방역방침에 의해 교회를 갈 수 없다는 것이 매우 힘든 일이었나 봅니다. 

권사님의 신앙생활 속에서 교회는 힘든 일이 있으면 그냥 와서 기도하고 가시고, 교회 친구들과 교회에서 모임 후에 국수도 삶아 드시고, 지나가시다가 들러 주방봉사하는 이들이 있으면 잠시 머물러 파도 다듬고 도란 도란 이야기하시면서 차도 한 잔 드시던 교회였는데, 교회를 어느 날부터 갈 수 없다는 것이 매우 낯선 일이었던 것입니다. 더군다나 교회에서 예배를 드릴 수 없다는 것이 무척 힘드셨나 봅니다. 

예배뿐만 아니라 모든 모임이 없어진 상태에서 교회가 궁금하고 가고 싶어 오셔서 교회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시고 주변만 맴돌다 가셨다고 하시네요. 그러기를 몇 차례, 그래서 교회를 갈 이유를 만든 것이 교회 마당 청소이십니다. 당신의 인생에 교회가 얼마나 소중한 곳이었는지를 스스로 알게 되어 당신이 교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으신 것입니다. 청소할 거리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당신의 손길이 닿는 교회를 생각하시면서 무척 기뻐하십니다. 올 봄에는 어디서 구하셨는지 들꽃도 작은 화분에 심어 놓으셨습니다. “그래도 교회 와야죠”하시면서 청소하시던 그 때가 생각이 납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과 이후의 변화에 대해서 말들이 많습니다. 또 다시 어떤 전염병의 위험이 닥칠지 모르지만 빈번하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예측입니다. 조심해야 하고 준비해야 하겠지요. 지난 시간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예배 좌석의 거리를 조정하고, 예배 횟수를 늘려 인원을 분산하고, 그래도 불안해 교회 오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영상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마련하고, 불편한 마스크를 쓰고도 예배에 오시는 교우들을 볼 때, ‘그래도 교회 와야죠’ 했던 권사님의 말씀이 새롭습니다. 

벌써 2년 전의 일이네요. 권사님은 여전히 수요일 저녁에도 일찍 오셔서 교회 마당을 청소하십니다. 이젠 토요일 오후에도 살짝 교회에 들러 청소하십니다. 가끔 나가 커피 한 잔 드시자 하면, ‘목사님과 데이트하니 참 좋네요’ 하십니다. 

모두가 처음 겪는 팬데믹 상황에서 당황과 불안이 지배하고 있을 때, 인생의 온갖 풍파를 겪으면서 신앙을 지켜온 신앙인의 한 마디, ‘그래도 교회 와야죠’ 하신 말씀은 우리가 나아갈 방향이 어디인지를 간단분명하게 제시해 주었습니다.  교회를 안 갈 이유가 많은 세상에서 ‘그래도 교회 와야죠’ 하면 가야할 방법과 이유가 수 만 가지가 있지 않을까요. 인생의 노년이 주는 큰 지혜를 배웠습니다.    

김유현 목사

<태릉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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