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의 길] 기억하고자 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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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일 년에 두 차례(5월과 11월) 교회 주변에 있는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주민센터와 협력해 쌀을 나눕니다. 일명 ‘사랑의 쌀 나누기’입니다. 올 봄까지 10년 동안 19회차까지 진행하고 있습니다. 교회 생활을 단순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이 늘 있었습니다. 교회가 일반적이 아닌 전통적이라 할 수 있는 새벽기도회, 주일예배, 수요예배, 금요기도회 외에는 특별하게 ‘신앙훈련’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습니다. 교회등록도 강조하지 않지만 등록했다고 새가족부나 양육훈련을 하지 않습니다.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런 과정이 없습니다. 교회 프로그램에 열심히 참여하면서 그것 뒤에 숨어 ‘예수 믿는 신앙생활’인 것처럼 속이고 속지 말자는 것입니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세상에서 예수님의 가르침으로 사는 것이 신앙이라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강조하는 것은 ‘교회가 축적하지 말고 나누자’였습니다. 이유는 단 하나, “주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줄 것이니 곧 후히 되어 누르고 흔들어 넘치도록 하여 너희에게 안겨 주리라”(눅 6:38), “범사에 여러분에게 모본을 보여준 바와 같이 수고하여 약한 사람들을 돕고 또 주 예수께서 친히 말씀하신 바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 하심을 기억하여야 할 지니라”(행 20:35)는 말씀처럼 ‘나누는 것’이 주님의 가르침이기 때문입니다.

무리하지 않고 형편껏 자원하는 마음으로 합니다. 한 구좌에 만 원, 5주 동안 헌금해 모아진 전액은 나누는 일에 사용하며 결과는 주보에 기재합니다. 어느 덧 10년의 시간이 지나다보니 작년 코로나 기간 동안 선교지에 교회를짓는 일이 중단되었다는 소식이 있어 교인들에게 전했더니 교인들 스스로 놀랄 만큼  큰 금액을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산불로 인해 어려움을 당한 이웃들의 소식을 듣고 교회는 총회 사회부가 진행하는 구호 모금 운동에 동참했습니다. 어려운 농촌 교회를 방문해 함께 예배드리고 돕고 오자고 광고했더니 자발적으로 팀이 구성되어 1부 예배드리고 찾아가 예배드리고 나누고 옵니다. 올해는 교회 창립61주년입니다. 그래도 특별한 행사 하나 없습니다. 오히려 교회 경상비를 아껴 60대가 된 교회를 기념해 어려운 교회 6곳을 선정해 나누자고 당회가 결의했습니다.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는 주님의 말씀을 왜 기억하라 했을까? 가만히 있으면 ‘받는 것이 주는 것보다 복이 있다’로 생각 없이 너무 쉽게 가기 때문일 것입니다. 교회 생활을 단순화 한다는 것은 믿음 생활에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을 선명하게 하는 일입니다. 이일 저일 ‘봉사, 섬김’이라는 명목으로 할 일을 많이 만들어 놓음으로 본질을 살짝 비껴가도 ‘신앙’이라 여기게 하는 기회를 오히려 교회가 제공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고민을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코로나 팬데믹은 그 동안에 교회가 해 왔던 수 많은 일들이 일시에 멈출 수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 준 시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출 수 없는 일과 멈추지 말아야 할 일들을 추려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리 크지 않은 교회이지만 나눔 만큼은 큰 교회가 되자고, 많은 것을 나누지는 못하지만 교회가 존재하는 한 멈추지는 말자고 기회 있을 때마다 말씀을 드립니다. 이것이 기억해야 할 주님의 가르침이니까요.     

김유현 목사

<태릉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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