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광장] 교회 주차장

Google+ LinkedIn Katalk +

우리나라는 10만 평방킬로 남짓한 국토면적에 60퍼센트가 넘는 부분이 산지인데다 5천몇백만 인구가 도시에 집중하여 살고 거기에 자동차 생산으로는 세계 수위를 달리니 아마도 자동차 주차문제의 심각한 정도가 세계에서 몇째 가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싱가포르나 모나코 같은 도시국가는 아예 자동차 소유에 엄청난 세금을 매겨 보유량을 억제한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자동차세나 유류소비에 붙는 세금도 적지는 않지만 그 정도는 아닌 듯하다. 어쨌든 사람들이 자동차 사용의 편의를 누리면서도 도시에서의 주차 문제에 따른 고통은 좀체 나아지기 어렵겠다.   

교회들마다 형편대로 주차공간을 마련해 교인들이 사용하게 하지만 비싼 땅을 매입해 넉넉한 시설을 확보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래서 주일이면 교회 주변의 도로변이 주차장으로 변하고 동네사람들에게 큰 불편을 초래한다. 반면에 평일에는 교회의 크고 작은 주차장들이 거의 비어 있어 오가는 사람들에게 미안한 모양이 된다. 근처의 식당들은 재빠르게 이 공간을 자기네 손님들을 위한 발렛파킹에 사용하면서 몇천 원씩 수고비도 받곤 하니 교회들은 그냥 두고 볼 수 없어서 교인 등록 차량만 세워 놓을 수 있게 했더니 ‘위장교인’ 등록하는 사례까지도 생기더라고 한다. 

어쨌든 공간은 비워 두고 교인 아닌 사람들이 쓰지 못하게 한다는 것은 선교의 관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그래서 여러 가지 구상이 나오는데 예컨대 주차장 땅을 파서 지하 주차시설을 만들고 표면은 흙으로 덮고 나무와 꽃을 심어 공원화하여 지역 주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하게 하면 동네사람들 욕도 안 먹고 전도에도 도움이 된다는 방안이 있고, 또는 평일에 공간을 완전 개방하여 업소에서 발렛비를 받건 말건 상관하지 말자는 의견도 나온다. 

경기도 안산의 어느 교회는 개척할 당시 처음 마련한 대지에 널찍한 실내수영장을 갖춘 체육관을 먼저 짓고 사람들이 모여들자 예배당을 건축해 성공적인 목회를 해 나가는 것을 보았다. 교회가 이웃 즉 지역사회를 위해 기도하며 모든 배려를 아끼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 목회의 첫걸음이며 교인들이 각처에서 차를 몰고와서 주일날 골목을 메우고 저희들끼리 모여 찬송하고 설교듣고 돌아가는 것이 교회라는 생각을 지역 주민들에게 갖도록 하는 것은 절대 안된다. 말하자면 지역을 위한, 지역에 의한, 지역의 교회를 이루는 것이 이상적인 목회임에 틀림없는데 요컨대 큰 교회들이 문제이다. 

이러한 사안에 관하여 당회의 의견이 갈리는 것은 당연한데 어떤 구상이 제시되었을 때 그 디자인에 대한 호불호의 문제보다도 필요한 예산의 규모를 정하고 특별헌금을 모으는 구체적인 방안에서 찬반 주장이 나오게 된다. 어느 집단이나 마찬가지로 교회에서도 실무의 집행에 주도적인 역할을 맡아 온 소위 주류 그룹이 있고 그들을 견제하고자 하는 비판세력이 존재하여 좋은 일을 하는데에도 분쟁이 발생한다. 나의 생각을 말하자면 어떤 다툼이 확대될 기미가 보이면 아예 프로젝트 자체를 그만두어 버려야 한다. 교회의 평화보다 우선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주류그룹이 겸손한 자세로 허심탄회한 대화를 계속하는 것이고 당회장 목사가 원만한 지도력으로 교회 구성원의 의견을 집약하는 것이다. 그는 주차장 문제 같은 사안에도 하나님 말씀을 받아 결정을 내릴 것이다. 

김명식 장로

• 소망교회

공유하기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