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쉼터] 2022년의 9월이 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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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법칙은 정말 오묘한데 금년에는 조금 잔인한 여름을 보내는 느낌이다. 생각지도 않았고 당연하게 과거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엄청난 비가 내렸고, 이로 인한 피해도 걷잡을 수 없게 엄청났다. 그러면서 어려웠지만 평온했던 옛날이 떠오른다. 예전 고등학교 시절 여름이면 가만있어도 땀이 나는 더위 속에 보냈다. 그런 중에도 여름방학이 끝나가는 광복절을 맞으면 학교에 가서 기념식을 하고 한 주일 정도 남은 방학을 무사히 마치고 숙제도 잘해올 것을 주의사항으로 듣고 집으로 오곤 했다. 그러다가 8월이 종착을 향해 흐르면서 우리는 다시 학교에 나가 2학기를 맞아 공부를 시작할 때 계절은 슬그머니 바뀌어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불면서 ‘아! 가을인가’ 느끼는 순간, 벽에 걸려있던 달력의 8월이 떨어져 나가면서 9월이 어느덧 성큼 내 옆에 온 것을 확인하게 된다.  

대학생이 되어 여름방학이 끝나고 9월이 되면서 엉터리 시인이 되고, 낭만주의자가 되었을 때 들었던 노래 중에 완전히 늙어버린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노래가 있다. 미남 배우 록 허드슨과 이태리 최고의 여배우 지나 롤로브리지다가 주연으로 그리고 젊은 연인으로 공동 출연하면서 이 영화를 계기로 결혼했던 산드라 디와 바비 달린이 나왔던 ‘9월이 오면(Come September)’의 주제가는 당시 모두에게 감명 깊었던 최고의 가을 노래였다. 이 영화는 중년의 남녀와 젊은이들이 어울려 생겨날 수 있는 가벼운 이야기를 코믹하게 엮어나가는 코미디 영화였다. 다만 그 당시에는 우리는 감히 바라볼 수 없는 꿈의 세계에 사는 듯한 서양인들의 일상생활을 바라보면서, 특히 마치 요정처럼 등장한 젊은 여배우인 산드라 디에게 정신이 빠져 꿈을 꾸는 착각 속에 헤맸던 기억이 있지만, 내용은 그리 깊이가 있지는 않아서 영화는 그리 기억에 남지 않았다. 다만 이 영화 전편을 흐르는 주제가는 너무나 강렬했던 것이 사실이었기에 유별나게 9월이 되면 특별히 라디오의 전파를 타고 우리의 귀를 두드렸던 강렬한 추억이 있다. 

그러면서 세상을 살아오면서 때로는 무심하게 잊혀졌던 이 노래가 다시금 나를 강렬하게 이끄는 힘은 금년 9월이 주는 새로운 추억이다. 다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기에 또한 많은 음악인들이 연주했지만, 최소한 나를 포함한 내 친구들은 이 노래만은 반드시 1961년도에 출반된 빌리 본 악단의 연주곡이어야 한다는 고집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나도 이젠 과거를 되씹어볼 나이가 되었구나’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는 우리 모두가 잘 아는 대로 가을은 다시금 나를 돌아보고 옷깃을 여미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이는 무더웠던 여름에서 조금은 시원한 가을로 접어드는 날씨 탓도 있지만, 서서히 한해를 정리해야 한다는 마음속의 다짐도 느껴지기 때문이다. 

세월이 빠르다고 한탄만 할 때가 아니고 그렇다고 가는 세월을 잡을 수도 없으니 이제라도 냉정하게 생각하고 행동에 옮겨야 할 듯하다. 어떻게 하는 것이 지금 이 순간을 보람있게 보내는가를 생각하고 그대로 실천해야 하는 것이다. 다만 주제넘게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기보다는, 지금 현재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삼아야 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때는 ‘바로 지금’이며, 가장 필요한 사람은 ‘바로 내 옆에 있는 사람’이고 가장 중요한 일은 ‘바로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 선을 행하는 일’이라고 현인이 설파했다. 이제는 행동할 때이다. 바로 2022년 9월이 벌써 왔다.

백형설 장로

<연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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