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광장] 0.75라는 숫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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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5라는 숫자에 놀란다. 금년 2분기에 통계청이 파악한 대한민국 여자의 합계출산율 즉 평생에 낳는 아이의 평균 숫자가 그렇다고 한다. 지금도 아이를 둘이나 셋 갖는 부부도 있으니 그런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우리나라 여자의 절반 가까이가 평생에 아이를 갖지 않는다고 봐야 할까? 우리 부모의 3남2녀 중 막내인 나는 옛날이 오늘 같았으면 이 세상에 없을 것이고 내 친구들 여러 명도 마찬가지였을 터이다. 

많은 청춘남녀가 결혼을 하지 않고 결혼을 해도 아이를 갖지 않기로 작정한다. 거기다 이혼율, 자살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나마 평균수명이 길어진 덕택에 인구감소가 좀 더디게 나타난다. 옛날 다산시절에는 사람들이 오래 살지 못해 인구 균형이 유지됐었다. 60-70년대에 “딸아들 구별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하던 가족계획협회 구호가 우리들 결혼할 때 사방에서 들렸다. 나는 20대 후반에 결혼하곤 이 권고를 저버리고 아들 둘, 딸 하나를 낳아 지금 손자손녀가 다섯이다. 우리 또래의 평균치 이리라. 그런데 세 아이들 중 하나가 미혼이다, 아니 불혼이다. 

지난 2분기에 출생아 수는 6만 명 이하로 떨어지고 대한민국 인구는 13개 분기 즉 3년째 자연 감소했다. 상반기 출생아 수는 작년 상반기보다 8천116명(6.0%) 감소한 12만8천138명으로 역대 가장 적었다. 일부 연구자는 2030년쯤 가서 반전이 일어나고 인구 감소는 멈추게 될 거라고 낙관론을 펼치기도 하는데, 가만 생각해 보자. 남녀의 사랑과 욕정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종족보존은 본능이지 의지의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사랑과 번식 양쪽을 다 해결할 수 있는 결혼을 안 하는 것, 못하는 것은 사회적 여건 탓인 게 분명하다. 집 문제, 양육 문제, 교육 문제가 다 어려우니 그냥 혼자 살며 성적욕구는 혼인 외 방법으로 처리하다가 늙어지면 벌어 놓은 돈으로 또는 나라가 베푸는 복지에 의지하면 된다? 

2000년대 들어 인구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아 출산 장려 계획에 수백 조의 돈을 쏟아부었다지만 결과는 합계출산율 0.75이다. 윤석열 정부는 선거 공약으로 ‘있으나 마나 한’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고 했는데 그대로 두고 좀더 생산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겠다는 견해도 있다. 엊그제 신문에 인사발령 고시된 것을 보니 현재의 부서 조직이 그리 효율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예컨대 혁신행정담당관, 다문화가족과, 여성정책과, 경력단절여성지원과, 청소년자립지원과, 가족정책과, 권익침해방지과, 디지털소통팀 등의 명칭아래 어떤 활동이 인구문제 해결에 도움이 됐을지 의문이 든다. 공무원이 젊은 부부들에게 아이를 갖도록 부단히 캠페인을 벌여도 오늘의 상황 하에서는 ‘마이동풍’이 될 뿐이다. 

이건 공적노력으로 되는 문제가 아니고 오직 개개인이 외로움의 상황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어서 스스로 일대 전환을 이룰 때까지 기다려보는 수밖에 없다. 한자의 사람人 자에서 보듯이 사람은 혼자서 못산다. 지난 50년 동안에 사람들은 남, 녀 불문하여 이를 시험하며 불안 속에 살았고 이제는 또다시 사랑과 번식의 본능에 자신을 맡겨야 함을 깨닫는 시기에 왔다고 나는 믿는다. 창조의 섭리를 일시 거역할 수는 있으나 영구히 그리 할 수는 없다. 이는 우리 인간이 피조물이기 때문이다. 

김명식 장로

 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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