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글로 남긴 우정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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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숙의 글

명숙! 무더운 날씨에 어쩔 수 없이 에어컨에 매달려서 지내다 보니까 감기에 걸려서 오늘(16일) 동창회에는 못 나갔어. 요즈음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이제 출국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여러 가지로 분주하겠지? 나는 요즈음 체력은 어쩔 수 없이 쇠약해 가고 마음만 벅차서 허덕이는 모습이 내가 생각해도 안쓰러워. 

아직도 뚜렷한 내 길을 찾지 못한 것 같아서 항상 초조하고 많은 생각만이 머리에 꽉 차 있는 것 같아. 모든 욕망 그리고 바람을 버리고 허탈한 자세로 살고 싶은 생각은 없고. 무엇이 앞으로 내가 꼭 풀어야 할 과제인지 헤매고 있으니 말이야. 자욱한 안개 속에서 어떤 실체를 잡으려고 손을 젓고 있는데 무엇을 잡아야 하고 무엇이 잡힐지는 아직 희미하기만 하고….

인간에게 주어진 환경과 주위의 모든 문제는 신이 내어주고 계시고 인간인 내가 어떤 수준과 자세로, 얼마나 진지하게 풀어가는지를 신은 채점을 하고 계신 것 같은데 합격 점수를 받을 만큼의 성적을 올린 것은 하나도 없는 것 같아. 허무주의에 빠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이것을 부정할 자신은 전혀 없고….

내가 너무 소심한 탓일까? 의지가 박약해서 내 의지대로 실천을 하지 못한 탓일까? 내 삶을 이대로 유지하다 끝내기는 정말 싫고, 신이 어떤 계기를 내게 마련해 주시길 바라는 것은 너무 자신에 대한 회피인 것 같고 염치없는 것 같아서 양심이 허락하지 않고, 내 자신이 되돌아 볼 때 허와 실을 분명하게 구분해서 보다 값진 일을 잘 가려서 해야 했을 터인데 현명한 삶을 살지 못했던 것 같아. 물론 무력한 자신의 탓이기는 하지만….

이제 후회 같은 것은 전혀 소용없는 짓인 것은 확실하니까 앞으로의 얼마 남지 않은 나에게 주어진 시간들은 후회 없이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고 싶은 것은 확실한데….

어떤 가닥을 확실하게 잡아야 할지 아직은 잡지 못한 것이 나를 불안하게 하고 있는 것 같아. 10대에 사춘기를 겪듯이 70대에 겪어야 할 고민의 시기일까?

어차피 신은 인간에게 완전함, 그리고 완성은 허용하시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만을 원하시기 때문이 아닐까? 생을 다 할 때까지 이런 고민을 해서는 안될텐데. 넋두리가 길지? 이것이 요즈음의 내 모습이야. 더 열심히 내가 살아야 할 모습!을 고민하고 찾아 볼게….

혹시 못 보고 미국에 가더라도 마음은 얼마든지 가까이에 둘 수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고민을 털어놓고 보니까 치부를 드러낸 것도 같고 조금은 그 무게가 가벼워진 것도 같아. 이런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해. 좋은 소식이 있으면 전해줘. 나에게 좋은 활력소가 되어 신선한 에너지로 작용할 거야. 그리고 원선생님께도 안부 전해주고. 건강하게 멋진 모습으로 활약하시라고… 건강한 시간이 되기를 바래.

효숙이가

 

함명숙 권사

<남가좌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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