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연구] 신명기와 암몬, 모압, 에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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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기는 ‘이스라엘 우선주의적’ 성격이 강한 책이라는 것에 관해서 지난 회에 논의한 바가 있다. 신명기의 ‘이스라엘 우선주의’는 이방 민족에 대한 배타주의나 인종차별주의로 나타나기도 한다. 신명기 23장에 기록된 암몬 사람과 모압 사람에 대한 말씀을 읽어보자. “암몬 사람과 모압 사람은 여호와의 총회에 들어오지 못하리니 그들에게 속한 자는 10대뿐만 아니라 영원히 여호와의 총회에 들어오지 못하리라… 네 평생에 그들의 평안함과 형통함을 영원히 구하지 말지니라.” (신 23:3-6) 암몬 사람과 모압 사람에 대한 극도로 인종차별적 가혹한 말씀이다. 이들은 요단강 동편 지역에 사는 족속들이다. ‘암몬’은 오늘날 요르단의 수도 ‘암만’을 중심한 지역이었고, ‘모압’은 사해 동편 지역이었다. 신명기는 이들과 영원히 관계를 절연하라는 말씀이다. 이들과 결혼 관계도 금지할 뿐만 아니라, 이들은 영원히 이스라엘 신앙공동체의 일원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영원히 그들의 평안함(=샬롬)과 형통함을 구하지 말라는 말씀은 저주에 가까운 혹독한 말씀이다.

이들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기에 이러한 가혹한 처우를 받게 되었나? 신명기는 그 이유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시내 광야 시절 가나안 땅을 향해 갈 때, 암몬 사람과 모압 사람들이 떡과 물로 그들을 환대하지 않았고, 특히 모압의 왕 발락은 주술가 발람을 불러 이스라엘 백성을 저주하게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신 23:4; 민 22-24)

이러한 이유가 두 족속이 영원히 저주받을 만큼 심각한 잘못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특히 암몬 사람들의 경우는 억울한 면이 충분히 있다. 신명기 2장에 보면,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암몬 족속에 관해 이렇게 말씀하셨다. “암몬 족속에게 가까이 이르거든 그들을 괴롭히지 말고 그들과 다투지도 말라 (=전쟁하지 말라는 뜻).” 그리고 암몬 족속의 땅에는 들어가지도 말라고 금하셨다. (신 2:19,37) 이 말씀에 따라 이스라엘 백성들은 암몬 족속의 땅을 피해 우회해서 요단강 북쪽 지역까지 올라갔었다. 한마디로, 가나안 땅으로 가는 여정에서 이스라엘은 암몬 족속과는 거의 접촉이 없었다.

이에 비해 에돔의 경우를 보자. 민수기 20장에 따르면, 이스라엘 백성들이 사해 남부 지역, 곧 에돔 지역을 지나야 할 때, 모세는 에돔 왕에게 에돔 지역을 지나가게 해달라고 청원했다. “청하건대 우리에게 당신의 땅을 지나가게 하소서. 우리가 밭으로나 포도원으로 지나가지 아니하고 우물물도 마시지 아니하리이다…” (민 20:17) 모세의 청원에 대해 에돔 왕은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그에게 다시 청원했다. “만일 우리가 당신의 물을 마시면 그 값을 지불하겠습니다.” 그러나 에돔 왕은 끝내 허락하지 않고, 오히려 많은 군대를 동원하여 이스라엘이 가는 길을 막았다. 이스라엘은 할 수 없이 에돔 땅을 피해 먼 길로 우회할 수밖에 없었다. 에돔 사람들이야말로 암몬이나 모압 사람들보다 더욱 가혹하게 처단받았어야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신명기는 에돔 사람에 대해서는 오히려 “너는 에돔 사람을 미워하지 말라”고 했다. (신 23:7) 도저히 형평에 맞지 않는 것 같은 말씀이다. 이는 합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구약성경의 난해한 구절 중의 하나이다.

박준서 교수

<피터스목사기념사업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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