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사형제도를 역사의 유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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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만 못하다는 흉악범이라도 사람은 사람이다. 그래서 교화가 필요하고 교육이 있다. 사형제도는 고대에서부터 인류 역사만큼 오래된 형벌로서 공동사회의 질서유지 수단이었으며 범죄자에 대한 보복 수단으로 활용했던 극형이다. 고대 성문법 중의 하나인 함무라비법전과 우리나라 고조선 8조 금법에 사형이 규정되어 있고 구약성경에도 탈리온(Talion) 사상 즉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라는 동해보복사상으로 사람을 죽인 자의 생명을 절단하는 사형이 당연시되었다. 그 후 사형에 해당하는 죄명은 살인죄 외에도 광범위하게 확산되었고 사형방법도 여러 가지 잔인한 방법으로 사용되었다. 사형전성기라 할 수 있었던 중세기에는 왕권 보호 등 권력유지 수단으로 전무후무할 정도로 수많은 사람들을 처형했다. 

중세기를 거쳐 근대에 이르러서 산업혁명, 르네상스, 종교개혁을 거치면서 중세 봉건제도의 속박에서 벗어나고 인간 존엄에 대해 눈을 뜨기 시작했다. 인간의 자유와 인권 등을 발견한 계몽사상의 영향으로 18세기에 이탈리아의 베카리아(Cecare Becaria)가 1764년에 국가의 사형재판권을 부인하는 내용의 「범죄와 형벌」이라는 책을 출판하면서 사형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고, 프랑스 위고(V.Hugo)가 1829년에 「사형수의 최후의 날」이라는 소설을 통해 당시의 사형제도 방법을 비판하고 폐지를 주장했으며, 반대로 루소 칸트 헤겔과 같은 철학자들은 사형존치를 주장했다. 또한 영국의 길핀은 1868년 의회에서 연설을 통해 “사형은 부적절하고 불필요하고 그 입법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으며, 그 원리에 부당하다”며 사형폐지를 주장했다. 

2020년 12월 16일 대한민국은 유엔총회 본회의에서 ‘사형집행 모라토리엄(일시적 유예) 결의안’에 최종적으로 찬성했다. 2020년 11월 17일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사상 최초로 결의안에 찬성했는데, 결의안을 최종 승인하는 본회의에서도 똑같은 결의를 표명했다. 

대한민국은 1997년 12월 30일 이후 25년 동안 한 건의 사형도 집행하지 않은 ‘실질적 사형폐지국’이 되었다. 2021년 기준으로 10년간 집행이 없는 국가인 ‘실질적 사형폐지국’은 46개국이며 ‘법적 사형폐지국’은 108개국으로 모두 154개국이 사형폐지국임을 상기할 때 이번 찬성 표결은 ‘법적 사형폐지국’으로 발돋움하는 약속이자 하나님의 섭리인 국제적 선언이다. 

국제엠네스티 1977년 스톡홀름선언에서는 “사형집행은 폭력행위이며, 폭력은 폭력을 유발하는 경향이 있고 사형의 부과는 그 절차에 관여하는 모든 사람들을 잔인하게 만드는 것이다. 국가는 그 사법권에 속한 모든 사람들의 생명을 예외없이 보호할 의무를 갖는다”고 했다. 

사형집행 장면은 잔인하고 비인도적이다. 야만적인 현장을 필자는 체험했다. 사형집행 신호를 하는 어떤 간부는 “나 죽으면 진급하시오”하며 큰절을 한 사형수의 큰 인사를 받고 즉시 사임하고 직장을 떠난 일도 있다. 그 외 집행에 참여한 직원들과 집행 현장에 참여한 종교 대표들은 온전한 정신을 갖기 어렵다. 사형집행은 교화의 목적뿐 아니라 헌법정신과 우리의 신앙 양심에도 반하는 것임을 체험하며 한탄하게 된다. 

금번 헌재에 3차로 접수된 사형제도가 위헌으로 판결되기를 기원한다. 이번 3차 헌재는 세계적 안목으로 위헌판결을 해 사형수도 재심을 통해 무기형이나 종신형인 기결수로 교화를 받으며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1차는 1996년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2차는 2008년 ‘보성 어부 살인사건’으로 광주고법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헌재는 2010년 재판관 5대4 의견으로 합헌 결론을 내렸지만 큰 진전이 있었다고 한다. 합헌 의견 5명 중 2명이 대상 범죄를 줄이거나 시대상을 반영해 제도를 점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면서 입법부에 숙제를 던졌다는 점이다. 

생명은 하나님에 속한 것이기 때문에 성경은 살인을 금한 것이다.(출 20:13, 신 5:10) 하나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에 원수까지도 사랑하라고 하셨다.(마 5:38-40) 그리고 복수를 금하셨다.(롬 12:19-21) 이번 헌재의 판결로 한국의 ‘사형제도를 역사의 유물’이 되게 하자. 

문장식 목사

<한국기독교사형폐지운동연합회 대표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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