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삶의 흔적(痕跡)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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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5월 어느 날! 장로님이 텔레비전을 보시는 중 ‘죽는시늉’이란 노래를 임영웅 가수가 부르는데 자막에 가사를 보시며 ‘저 가사가 당신에 대한 나의 마음’이라고 하셨다. 나는 웃으면서 ‘힘들게나 하지 말지!’ 말은 하면서도 고마운 마음이었다.

예전에도 항상 내게 들려주던 그 말! 노래 가사와도 같이 ‘아무리 둘러봐도 당신만한 사람은 없어, 아무리 둘러봐도 당신만큼 예쁜 사람은 없어’ 아직은 장로님의 기억 속에 나의 모습이 남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기억력이 없어져가면서도 잠자기 전에는 나의 손을 잡고 ‘수고했어요’ 하시더니 이제는 가끔 큰 소리로 ‘함 권사! 오늘도 수고 많이 했어요’라고 하신다. 나는 노후에도 예전처럼 ‘그동안 고생 많았소! 고맙소! 사랑하오!’ 이런 말을 듣고 싶었는데! 그 말이라 생각하고 싶다.

장로님이 아프면서 가끔 ‘내가 바보같이 살았었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누구나 욕심없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나 역시도 Spotlight를 받고 싶었고, 나의 재능도 발휘하고 싶기도 했었다. 그래서 하고 싶었던 것들도 많았고 꿈꾸던 일도 있었다. 그러나 오직 한 가정을 지키며 남편과 자식들을 돌보려는 마음으로 모든 꿈을 접었고, 힘들어도 믿음으로 이기며 살아왔는데 황혼의 삶을 이토록 힘들게 살아야만 하는지! 때로는 낙심도 될 때가 있다.

그러나 자녀들이 정성으로 효도하고, 하나님께서 나의 기도 들으시고 위로하시며 ‘끝까지 참아라’라는 음성을 들려주셔서 나는 참으려고 노력하며 기도한다.

사랑의 선물

2000년도 미국에 사는 큰아들 집에 다니러 갔을 때 큰 며느리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생활인데도 내게 다이아몬드 반지를 선물해 주었다. 처음으로 다이아몬드 반지를 갖게 되어 기뻤고 고마웠다.

그런데 1년이 지난 후 청소하러 왔던 파출부 아줌마가 다이아몬드  반지와 금붙이를 몽땅 다 훔쳐갔다. 그중 둘째 아들이 육사 졸업하며 정성으로 힘겹게 내게 해준 졸업 반지와 남동생 함 목사가 사우디에서 일하고 돌아올 때 선물해준 소중한 반지도 다 가져갔었다. 나는 얼마나 속이 상하고 마음이 쓰리던지! 차마 아무에게도 말을 하지 못했었다.

장로님이 마음 아파하는 내게 ‘내가 사줄게. 속상하게 생각하지 마라!’ 그 말을 그냥 위로의 말로만 생각했었다.

2018년 어느 날! 알츠하이머로 기억력이 점점 없어져가면서 새벽 2시 30분경에 내게 장문의 편지를 쓰셨다. 꿈속에서 마지막이라는 의사의 진단을 받고, 너무나도 생생한 사실같은 꿈이라서 이 글을 쓰셨다고 한다.

큰 노트에 3장이 되는 긴 편지를 쓰셨다. 그중… 지금까지 마음으로 생각을 했을 뿐, 목걸이 하나도 제대로 해 주지 못한 것을 진정으로 미안하고, 잘못했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어요.(큰 돈이 드는 것도 아닌데) 그렇다고 생각을 하지 않은 것도 아니면서… 이렇게 지내 왔으니 그저 미안하고 죄송할 뿐이에요.

함명숙 권사

<남가좌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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