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의 종소리] 거짓을 진실로 믿는 것이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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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필자가 이사장으로 섬기는 기독교 방송(CGNTV)에 거액을 후원하겠다는 목사님이 있어 만난 적이 있다. 서울 시내에 수천억의 빌딩을 소유하고 있는데 이를 기부하겠다는 것이었다. 몇마디 말만 들어보아도 거짓말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자신이 하는 말이 모두 사실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는 것이었다. 후에 들어보니 이분은 다른 지역의 어느 건물을 자신의 소유라고 굳게 믿고 여러 단체에 자신이 주인처럼 임대를 주기도 해 법적인 처벌도 받았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법정에서조차 자신의 소유라고 끝까지 주장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신적인 문제로 취급되어야 할 텐데 다른 모든 영역에서는 그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서 거짓을 붙잡고 있다가 결국 처벌받았다. 그런데 그러한 행동을 계속 하며 돌아다니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사람을 ‘공상적 허언증’ 환자라고 부르는데, ‘리플리 증후군’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리플리 증후군(Ripley Syndrome)은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 믿고 거짓된 말과 행동을 상습적으로 반복하는 일종의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뜻한다. 성취욕구가 강한 무능력한 개인이 마음속으로 강렬하게 원하는 것을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사회구조적 문제로 인해 직면했을 때 많이 발생한다.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어 열등감과 피해의식에 시달리면서 살다가, 상습적이고 반복적인 거짓말을 일삼으면서 그것이 진실이라고 믿고 행동하게 되는 것이다. 

이들은 후에 모든 거짓말이 탄로났음에도 여전히 당당하게 자신의 거짓말을 이어나간다. ‘리플리’라는 이름은 미국의 소설가 패트리샤 하이스미스(Patricia Highsmith)가 쓴 소설의 주인공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호텔 종업원으로 일하던 톰 리플리는 재벌의 아들인 친구 디키 그린리프를 죽이고, 죽은 친구로 신분을 속여 그의 인생을 대신 살아간다. 거짓말을 감추기 위한 또 다른 대담한 거짓말과 행동으로 리플리의 행동은 완전 범죄로 끝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결국 죽은 그린리프의 사체가 발견되면서 모든 진실이 드러나게 되는데, 이때도 리플리는 자신이 실제 재벌이라고 믿고 행동한다. 이 소설이 흥행하면서 리플리처럼 반복해서 거짓말을 하고, 이를 진실이라 믿는 사람들을 두고 ‘리플리 증후군’이라 부르게 되었다. 놀랍게도 이 증후군은 정신적 질병으로 인정되고 있지 않다고 한다. 따라서 사회적으로 이러한 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이로 인한 피해자가 계속 있으며 사회적 갈등 요인이 되기도 한다. 심각한 문제는 사회적 지도층의 위치에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들이 이러한 증후군이 나타날 때이다. 

어떤 사람이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스스로 말한 내용이 참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즉, 거짓말을 하기 위해서는 사리분별이 가능해 자신이 참이 아닌 내용을 말한다고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리플리 증후군이 나타나는 사람은 거짓말을 꾸며낼 때는 참과 거짓을 명확히 구분하다가, 갑자기 어느 시점부터 이를 구분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으로서 이에 대한 사회적 대책은 전무하다. 유일한 길은 주변에서 이를 알아차린 사람들이 최선을 다해 이 사람의 영향력을 축소하는 길밖에 없다. 고칠 수 있는 길이 없다면 영향력을 차단하는 것이 길이다. 지도자인 경우에는 더욱 더 그렇다. 

이재훈 목사

<온누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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