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지성] 사실을 사실대로 보는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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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다른 사람들이 하는 일과 해놓은 일에 관해 평가하기를 좋아한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남이 잘한 것을 잘못한 것으로 부정적 평가를 내리는 경우가 있다. 이에 반해 어떤 사람은 정반대로 긍정 평가를 내리는 경우가 있다. 

한 가지 동일한 사안을 놓고 왜 그렇게 평가가 다르게 나오는 것일까? 거기에는 가치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컨대, 대기업에 세금을 많이 부과해 ‘분배적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는 세력이 있는 반면에, 성장을 주도적으로 해야 지속적으로 ‘분배적 정의’를 실현할 수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대기업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이론이 제기될 수 있다. 냉정히 생각해 보면, 양자의 주장이 다 맞는 듯하지만, 지나치게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질 때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대기업에 지나치게 세금을 과중하게 부과하는 정책을 계속하면 ‘성장’이 둔화되어 ‘분배’를 지속적으로 해줄 수 없는 지경에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유주의자들 보다 사회주의자들은 ‘분배’를 강조하는데, 그들의 이론은 달콤하고 인기 영합적으로 맞는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는 비현실적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우리들은 우리의 현실에서 매일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잘하는 국가정책은 칭찬하고 격려하는 ‘긍정의 정신’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잘못된 국가의 정책에 대해서는 잘못되었다고 과감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들이 어떤 인물을 평가할 때도 잘한 것은 잘했다고 긍정평가를 해주고 못한 것은 못했다고 부정평가를 해주어야 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고려할 것은 나라의 통치자들을 평가할 때, 100% 잘한 통치자는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잘한 면이 더 많고 못한 면이 비교적 적다든지, 그 반대의 경우를 감안해서 평가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통찰력이 늘 부족하기에 무엇보다도 마음을 비우고 겸손한 마음을 가지고 모든 사안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긍정은 긍정으로 부정은 부정으로 보려는 시각이 필요하다. 

오늘날 우리나라는 문재인 정부에서 윤석열 정부로 바뀌었지만, 선거에서 패배한 문재인 정부 때의 일부 세력들은 선거 패배에 대한 승복을 사실상 하지 않으려는 경향성이 많은 것 같다. 심지어 광화문 집회를 통해 윤 대통령 퇴진 운동을 벌이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민주주의는 선거 과정에서 근소한 차이에 의해 패배했다고 할지라도 대선 규정이 개정되지 않는 한 규정대로 패배를 깨끗이 인정하고 다음 대선 때까지 기다리는 미학이 필요하다. 

민주주의가 진영논리에 빠져 자기 진영이 아니면 인정하지 않고 상대방 진영이 잘한 것도 무조건 비판하려는 것은 사실을 사실대로 보려는 시각이 전혀 아니다. 이런 진영논리에 사로잡혀 분쟁하는 것을 정쟁(政爭)이라고 한다. 이런 당리당략의 정쟁이 지배적일 때, 여야 협력관계가 이뤄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객관적 진실이 자리잡을 수가 없다. 결국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세력들이 승리해야 하는데 거짓과 불의를 추구하는 세력들이 승리하는 사회와 국가가 된다면 국가에 막대한 손실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살맛나는 사회가 되지 않을 것이다.

성서에는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고 네 발을 악에서 떠나게 하라(잠4:27)”라고 했다. 안경 색깔에 따라 사물이 다르게 보이는 것은 객관적 진실성이 없다는 뜻이다. 우리는 편향적 사고를 버리고, 사실을 사실대로 보는 바른 시각이 절실하다. 근대 독일의 역사학의 아버지로 일컫는 랑케(Leopold von Ranke)는 “역사는 본래 있었던 그대로 보아야 한다(Wie es eigentlich gewesen ist?)”라고 했다. 우리는 그의 객관적 실증사관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조인형 장로 

– 영세교회 원로

– 강원대 명예교수

– 4.18 민주의거기념사업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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