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코니아] 번제물 이삭의 디아코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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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네델란드의 화가 렘브란트는 30세에 유화로 ‘이삭의 희생’이란 그림을 그렸습니다. 이삭은 뒤로 묶여 있고, 아브라함은 손으로 그의 입과 턱을 틀어막고 젖힌 목에 칼을 내려치려는 순간 천사가 그 손을 붙잡았습니다. 하나님의 말씀 그대로 순종하는 아브라함의 단호함이 돋보입니다. 10년이 지나 그린 두 번째 그림에서는 아브라함과 이삭이 서로 마주 대하고 서 있습니다. 아브라함의 한 손가락이 하늘을 향하고 다른 한 손은 가슴에 대고 있는 것으로 볼 때 “나는 너를 사랑하지만 하나님의 뜻이기에 어쩔 수 없다”고 설명하는 것 같습니다. 두 번째 그림을 그릴 때에 자녀 4명중 3명의 자녀를 잃고 아내마저 잃은 렘브란트는 슬픈 표정으로 나뭇단을 들고 서 있는 이삭의 얼굴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담아내고 있는 듯합니다. 

세 번째 그림은 다시 10년이 지나 렘브란트의 나이가 50대가 되었을 때 그린 동판화입니다. 여기서는 이삭의 순종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삭은 결박되지 않았으며 무릎을 꿇고 아버지의 결정에 순종합니다. 무력해 보이지만 역시 순종하는 아브라함의 모습은 이전 그림들보다 갈등 없이 그려져 있습니다. 이 그림을 그릴 때 렘브란트는 재정 파산신고까지 한 상태였습니다.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그림에 담겨 있습니다. 렘브란트의 그림을 보면서 인생이 단순하지 않고 우리의 신앙생활이 순탄치 않음을 배울 수 있습니다. 

아브라함과 이삭이 보여준 신앙의 모습은 어떤가요? 당시 이삭은 혈기왕성한 청년이었습니다. 그에 비해, 아버지는 115세 이상의 노인입니다. 아들이 아버지를 얼마든지 피할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이삭은 나무 위에 올려져 있습니다. 아브라함이 이삭을 들어서 올려 놓았을까요? 이삭이 스스로 나무 위에 올라가야만 합니다. 아버지나 아들, 모두가 순종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우리는 이 장면에서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을 떠올려보게 됩니다. 아브라함이 이삭과 함께 오른 모리아산은 하나님께서 예수님과 함께 오른 갈보리 산입니다. 이삭의 등에는 자신을 태울 장작이 짊어져 있고 예수님의 등에는 자신이 달릴 십자가가 짊어져 있습니다. ​이삭을 번제로 드려졌던 바로 그 자리에 2000년이 지난 후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셨습니다. 자기의 생명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내어주시기 위해 순종함으로 십자가에 달리셨습니다. 피하고 싶은 자리이지만 누구도 대신 할 수 없는 것을 아셨기에 수치와 모욕, 조롱을 겪으시며 십자가에 못 박히시고 돌아가셨습니다. 이것이 최고의 디아코니아입니다. 목숨을 내어준 섬김입니다. 예수님의 섬김은 우리를 구원에 이르도록 했습니다. 우리의 섬김이 이웃과 열방을 주님께로 인도하는 통로되길 원합니다.

김한호 목사 

<춘천동부교회 위임목사•서울장신대 디아코니아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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