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물이야기-8] 헌물로 바친 결혼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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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신혼 초에 잠실의 한 교회에 다녔다. 우리 교회는 강남 허허벌판에 교회 건물만 덩그러니 있었고 교회로 가는 길은 비포장 도로였기에 비가 오는 날이면 장화를 신지 않고는 갈 수 없을 정도였다.

그 당시 잠실은 사방에 개발이 진행되고 있었다. 강남 개발 붐을 타고 주변에 아파트들이 들어서고 많은 사람들이 교회로 몰려왔다. 교회는 늘어나는 교인들을 받아들이기 위해 다시 교회 건축을 시작했다. 모두들 마음을 담아 건축헌금을 작정했다.

당시 우리 가족은 있을 곳이 없어 아내의 할머니 집 창고로 쓰던 다락방에 거주하고 있었다. 모두들 하나님의 성전을 짓는다고 마음을 다해 건축헌금을 하는데 우리도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러나 그 당시 월급 28만 원을 받았던 나로서는 큰돈을 작정할 수가 없었다. 아내와 의논해 50만 원을 작정했다. 작정 헌금을 할 시간이 다가왔지만 도저히 그 돈을 마련할 수가 없었다. 

당시 우리 집에는 약간의 금붙이가 있었다. 결혼반지와 아들의 돌반지 몇 개였다. 대부분 결혼반지로 비싼 다이아몬드 반지를 하던 때였으나 가진 것이 없던 나는 2돈짜리 금반지로 결혼반지를 대신했다. 아내와 나는 건축헌금을 위해 결혼반지와 아들의 돌반지를 전부 팔기로 작정했다. 팔고 나니 다행히 약 50만 원이 되었다. 기쁜 마음으로 건축헌금을 했다.

남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나 우리는 결혼반지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반지보다 사랑하는 마음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나는 체질상 반지를 끼는 것이 불편해 늘 집에 두고 다녔다. 오히려 집에 금붙이를 두고 다니는 것이 도난의 문제도 있고 해서 팔고 나니 마음이 편했다. 이것이 하나님의 성정을 짓는 곳에 쓰인다고 하니 더욱 감격스러웠다.

한때 뉴질랜드에 있는 중국 교회에 초청을 받아 가서 집회를 한 적이 있었다. 하나님이 베푸신 기적의 일들과 내 삶의 이야기를 간증했다. 담임목사님께서 예배 후에 강사와 교인들과의 대화 시간을 마련해 주었다. 신앙과 관련된 여러 가지 질문에 답을 해주었는데 한 중년 여인이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 어떻게 결혼반지를 팔아 헌금을 할 수 있냐고, 본인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자녀라면 당연히 하나님을 기쁘시게 해드리는 것이 가장 우선이 되어야 한다. 신앙은 바로 우선순위의 문제이다. 우리에게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것보다 그 어떤 것이 우선되어서는 안 된다.

나는 일생 동안 이 우선순위를 지키려고 애써 왔다. 하나님은 물질, 명예, 세상의 그 어떤 것보다 하나님을 제일 사랑하기를 원하신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복되는 길이고 존귀해지는 길이기 때문이다. 나는 평생 이 진리를 믿고 체험하며 살아왔다. 이렇게 우선 순위를 지키고 살아갈 때에 하나님께서는 내 삶 전체를 통해 인간의 머리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신령한 복으로 채워 주셨다.

이은태 목사

 뉴질랜드 선교센터 이사장

 Auckland International Church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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