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교회의 공공성은 예수의 삶 따라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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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도 기독교윤리실천운동에서 조사한 ‘한국교회 사회적 신뢰도’ 결과가 나왔는데 충격적이다. 우리나라 국민 가운데 한국교회를 신뢰하는 비율이 21.0%밖에 안 된다. 사회봉사에 참여하는 비율이 개신교가 가톨릭이나 불교보다 압도적으로 높지만 이런 활동이 사회적 신뢰도와 연결되지 못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개신교 신앙이 교인들에게는 중요하지만, 교회 밖 사람들에게는 다르게 보이는 이중성이 가장 큰 원인인 것 같다. 

교회의 공공성, 또는 공적 책임은 교회의 공교회에 기초한다. 매 주일 예배 시에 사도신경에서 고백하는 “나는 거룩한 공교회를 믿습니다”의 의미는 무엇인가? 그것은 이 땅에 세워진 모든 교회는 그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예수 그리스도에게 속한 하나의 거룩하고 보편적 교회란 뜻이다. 교회의 주인은 예수 그리스도며 교회이다. 교회가 그리스도의 몸(엡1:23)이라고 하는 것은 교회의 주인이 머리이신 예수 그리스도란 의미 외에 세상에서 활동하는 공공성, 공적 책임을 가지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교회의 공공성은 신앙이 개인의 사적영역에 제한되지 않음을 가리킨다. 교회 안에서 개인적으로 모범적인 신앙인들이 사회 속에서 나쁜 평판을 받는 것은 신앙을 개인의 사적 생활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한국교회의 특성이 개인의 영혼구원을 강조하고, 교회에 모이는 것을 강조하는 교회 중심적 신앙관을 갖고 있기 때문에 복음이해가 개인과 교회 안에 제한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복음서에 기록된 예수의 지상 사역은 철저하게 사회와 역사적 차원에서 실천하는 공적 특성을 갖는다. 교회가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의미는 역사적 현실에서 예수의 삶과 사역을 계승해 그의 인격과 삶, 그의 사역을 본받는다는 뜻이다. 영국의 신학자 뉴비긴은 세속사회에서 기독교 복음이 점점 개인과 교회 안으로 축소되는 현상을 보면서 “복음의 공적 진리”와 “공적 신앙”을 강하게 주장한다. 복음은 그리스도인만 위한 것이 아니라 세상과 모든 사람을 위한 것임을 강조한다. 교회가 부름받은 자리는 개인의 사적 생활이 아닌 세상 한복판이다. 

교회의 본질인 공교회성과 함께 공공성을 가장 위협하는 것은 교회의 사유화이다. 한국교회는 교파주의와 개교회주의로 시작했기 때문에 교회의 공공성이 약하고 오히려 교회 안에 힘 있는 사람에 의해 좌우되는 경향이 강하다. 교회 안에 특정인의 힘이 너무 강해 그 사람이나 그룹이 교회의 주인처럼 행세할 때가 있다. 최근에 교회가 사유화되는 가장 큰 현상은 목회자가 자녀에게 물려주는 세습 형태다. 이런 현상은 교회가 공공성을 상실하고 사유화된 전형적 사례다. 교단 차원에서 세습을 반대한 것은 마치 교회가 목사의 소유물처럼 자기 자녀에게 물려주는 것이 보편화되는 현상 때문에 공교회성의 회복이란 차원에서 세습 반대의 결정을 하게 된 것이다. 교회가 교권에 휩쓸릴 때마다 교회는 사람이 주인이 되려고 하는 경우가 많았고, 교회는 그럴 때마다 그 거룩함과 순결함을 상실하는 위기를 맞는다. 

교회의 공공성은 역사적 예수의 삶을 따라가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하나님은 보이는 교회를 통해 증거된다. 교회의 존재가 세상이 추구하는 가치관과 다른 가치관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교회는 ‘대조사회’이다. 교회의 공적 책임을 수행하는 사회적 역할은 이러한 대조사회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하나님 나라의 본성인 정의와 공평을 실천하며, 고아와 과부 나그네를 돌보며, 지극히 작은 자를 주님을 대하듯 섬기는 삶 뿐만 아니라 기후환경 보전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일이 곧 교회가 추구해야 할 선교이며 공적 책임에 속한다. 그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모든 영역은 우리가 주(主) 고백하는 예수 그리스도가 통치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한국일 교수

<장로회신학대학교 은퇴, 선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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