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평전] 태평양 섬국가 이야기

Google+ LinkedIn Katalk +

태평양(Pacific Ocean)은 지구 표면적 약 1/3을 차지하는 지구상에서 가장 넓은 바다다. 태평양의 넓이는 대서양의 두 배이고 지구의 육지를 다 합친 면적보다도 넓다. 태평양 섬 원주민들이나 폴리네시아인 등 여러 ‘네시아’인은 이 바다에 각기 이름을 붙였는데 일본은 난데없이 아예 ‘일본해’라고 부른 바 있다. 현재 쓰이는 ‘태평양(Pacific Ocean)’ 공식명칭은, 스페인의 탐험가 마젤란이 남아메리카 극남(極南)의 혹독한 풍랑의 해협을 통과하자 그의 눈앞에 펼쳐진 드넓으면서도 고요한 바다를 보고 감격하여 ‘평화로운 바다’, ‘Mare Pacificum’이라고 불러 그 칭호가 ‘Pacific Ocean(太平洋)’이 되었다. 

조 바이든 초강대국 미국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최초로 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파푸아뉴기니를 방문한다는 뉴스다. 중국이 파푸아뉴기니 뿐 아니라 솔로몬 제도와 안보협정을 체결하며 군사 기지를 건설할 뜻을 드러내자 견제에 나선 것이다. 이렇듯 세계 초강대국 미vs중이 패권 경쟁을 벌이면서 태평양 섬국가들에게 경쟁적으로 서로 공(功)을 들이고 접근하고 있다. 태평양(太平洋) 도서국(島嶼國)들(이하 ‘태도국’)은 점(点)같이 작지만 그 수(數)가 많아서 ‘-네시아(-nesia: 섬)’로 구분하여 멜라네시아(Melanesia), 미크로네시아(Micronesia), 폴리네시아(Polynesia) 세 구역으로 나뉜다. 멜라네시아는 뉴기나(New Guinea)섬에서 피지(Fiji)섬까지 호주로부터 북동쪽으로 뻗어 있고, 미크로네시아는 북쪽으로, 폴리네시아는 동쪽으로 뻗어 있다. 그런데 키리바시의 경우는 국토 넓이가 겨우 부산 정도이지만 인도의 영토보다도 넓은 344㎢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갖고 있다. 미국, 중국은 물론 유럽연합(EU), 일본, 호주 등 주요국들은 이런 태도국들의 영해(領海)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 요컨대 조그만 섬나라들이지만 태도국들은 전세계 바다 14%에 육박하는 광활한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갖고 있기에 마침내 국가로서 대우를 받기에 이르렀다.

윤석열 대통령은 18개 태도국 정상급 인사들을 서울로 초청해 ‘한-태도국 정상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그동안 한반도 주변 미·중·러·일 4강(强)에 치우쳤던 한국 외교 지평을 ‘태도국들’에게 확대하는 것이다. 태도국가는 태평양 중부·서부·남부 태평양에 위치한 14국이지만, 호주, 뉴질랜드, 그리고 프랑스 자치령 2개국 뉴칼레도니아와 프렌치 폴리네시아도 ‘태평양도서국포럼(PIF)’의 일원으로 참여하기 때문에 사실상 18개 국가다. 

이들 18개 국가의 EEZ에서 전세계 참치 어획량의 70%가 어획된다. 태평양은 수산물만 아니라 해저 광물 자원도 풍부하다. 이리하여 중국은 지난 2018년 시진핑 주석이 태평양 파푸아뉴기니를 방문하고 ‘전면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 ‘중-태도국 협력기금’도 만드는 등 막대한 재정 지원으로 보건·해양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태도국들은 파푸아뉴기니를 제외하면 소국(小國)들이지만 그 면면이 흥미롭다. K팝, K드라마 등 한류 열풍뿐만 아니라 6·25전쟁 이후 세계 최빈국에서 선진국 반열에 오른 한국의 ‘한강의 기적’에 관심이 많다. 

작은 섬나라 키리바시와 투발루 경우는 국토 대부분이 지구온난화에 의한 해수면(海水面) 상승으로 수십 년 이내에 수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올 정도로 기후변화에 위기를 느끼고 있어 한국은 풍력·태양광·해수온도차 발전과 같은 분야의 지원에 나섰다. 

역사적으로 태평양은 대서양이나 인도양과 달리 편안하게 생각되어 오고 있는 바다다. 이곳 주민들은 바다를 자기 집 안마당처럼 여기며 살고 있다. 미국 더럼(Durham)대학교 필립 스타인버그(Philip Steinberg) 지리학 교수는 태평양 섬나라 문화를 연구하고, 바다를 사회 밖의 동떨어진 공간으로 보았던 대서양 및 인도양 해역의 국가들과는 달리 태도국들은 바다를 육지와 다름없는 삶터로 인식한다고 논증했다. 즉 특정 섬주변의 바다는 다른 섬의 바다와 이어지고 그 사이에 무주지대(無主地帶)는 없다고 여긴다는 것이다. 그들은 바다를 법(法)적인 소유권 대상이 아니고 풍부한 어장이건, 원하는 교역이건, 모두의 삶 교류를 위한 연계성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존에 이용하던 어장에서 어획되지 않을 때는 새 어장을 찾으면 된다는 어떤 제약 의식이나 갈등이 없는 생활을 한다. 이렇듯 태평양 섬주민들에게 태평양은 평안한 삶 공간이자 이동 공간이다. 

김동수 장로 

•관세사

•경영학박사

•울산대흥교회

공유하기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