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의 길] 목회자의 가슴벅찬 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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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들이 자주 나에게 묻는다. “교수 사역 하다가, 목회 하니까 어떠세요?” 별 생각 없이 목회하다가, 질문을 받고서 생각해 본다. “글쎄요. 교수 사역은 뭐랄까… 마치 요리학교 강사와 같은 사역이라면, 목회사역은 마치 가정주부와 같은 사역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왜 그럴까? 목회사역은 식구들과 함께 살면서 매일 세끼 식사를 준비해야 하고, 시도 때도 없이 배고프다고 하면 금방 밥상을 차려야 하는 가정주부와 같기 때문이다. 요리학교 강사는 전문지식을 가지고 정한 시간에 카메라 앞에 서서 준비된 요리학 강의만 잘하면 끝이다. 물론 이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가정주부는 하루도 빠짐없이 밥을 찾는 식구들을 책임지고 보살펴야 한다. 그러다 보니 피곤하고 지칠 때가 더러 있다. 내 생체 리듬을 주장할 수가 없다. 주부의 모든 시간이 식구들에게 맞추어져 있듯이, 목회자의 시간과 에너지는 성도들의 돌봄에 맞추어져 있다. 주부에게 방학을! 주부에게 휴가를! 외치는 아줌마들이 있었는데, 목회자에게도 방학을! 목회자에게도 휴가를! 외치고 싶은 심정이다. 그러나 목회자 안식제도가 교회의 형편과 사정에 따라서 다르다 보니, 눈치를 보며 지쳐 쓰러질 때까지 계속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교수사역에서 맛볼 수 없는 기쁨이 목회생활에 있다. 그것은 성도들의 성장과 변화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성도들의 사랑과 격려를 맛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담임목회를 한지 10년이 지나간다. 스무 살이던 청년이 서른 살이 되었고, 서른 살이던 청년이 결혼하여 마흔 살이 되었다. 육십이었던 장로님이 일흔이 되어 은퇴를 하셨다. 함께 동고동락하면서 미운 정 고운 정이 들었다. 

한 성도가 속을 썩이면 다른 성도가 위로해 준다. 마치 여러 명의 자식을 키우는 엄마와 같다. 그동안 주름살도 늘었지만, 서로간의 정(情)도 많이 깊어졌다. 신뢰도 차곡차곡 더해졌다. 교수사역을 할 때는 보람도 있었지만, 졸업식을 하고 나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제자들을 보면서 약간의 씁쓸함을 느꼈다. 그러나 목회는 하면 할수록 내 편이 더 많이 생기는 것 같아서 마음이 넉넉해진다. 많은 자녀를 양육하는 엄마의 보람 같은 것이다. 

한 번은 신학교 교수사역을 하고 있을 때, 대구의 모교회 목사님이 채플시간에 설교를 하시면서, 신학생들에게 말씀하시기를 “사관학교를 졸업했으면 최전방 사단장으로 나가는 게 최고의 영광이지, 사관학교 교수하려고 학교 주변에만 맴돌고만 있으면 안된다. 물론 사관학교 교수도 필요하지만, 사관학교가 존재하는 목적은 전쟁터에서 승리를 가져다 줄 지휘관을 양성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물은 적이 있다. 그렇다. 목회자의 길은 험난하지만 신학도의 최고의 영광이며 행복이다. 

남정우 목사

<하늘담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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