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판소리 을 들어보셨나요?

Google+ LinkedIn Katalk +

주태익 작사 박동진 창(唱)

방송작가 주태익(朱泰益) 장로가 성경 원문을 판소리로 번안 각색하고 명창 박동진옹이 부른 성서 <예수전>을 들어 보셨나요? 

초동교회 조향록 목사가 기독교시청각 교육국 국장으로 기독방송에 관여하며 방송작가 주태익 장로와 합심하여 제작한 것이 판소리 <예수전>이다. 명창 박동진씨에게 작곡을 청탁했으나 박씨는 처음 제안을 받고는 완강히 사양했다. 박씨는 계속된 설득과 권유를 받아 심사숙고 끝에 수락했다.

다음은 주태익 장로가 성서를 번안(飜案)해 쓴 원본이다. 예수님의 탄생과 부활한 대목을 보자.

1) (중모리)

이윽고 밤은 깊어 사방이 고요할제 

동정녀 마리아에게 산기가 도는구나

요셉이가 허둥지둥 아기받을 채비를 하는디 

나귀 먹다 남은 꼴을 주워다 한구석에 쌓아 놓고 (중략)

요셉이가 기가 멕혀 혼자 말로 기도를 헐제 

“하나님 높으신 뜻 사람이 알리요 마는/독생자 아드님을 세상에 내 보내시되 어이타 눈물겹게 이다지도 슬피 보내는가/(중략)하필이면 나와 같은 젊은 목수 그나마도 고향이면 이런 고생이 있으리까/타향 객지 낯선 땅에 가축들 틈에 끼여 구세주가 나신다니 억울하고 분한고 /이런 일이 또 있느냐”(누가복음 2장에 기록된 말씀)

얼굴 용모 눈빛이며 고고한 울음소리가 과히 범상치 않구나 

요셉이 좋아고 춤을 추며 노는구나 

얼시구나 장히좋네 우리 주 메시야가 여기에 탄생 하시었네(중략) 

베들레헴 마굿간에 만백성들의 경사났구나 

얼시구 절시구 지화자 좋네 요런 경사가 또 있는가.(누가복음 1장에 기록된 말씀)

2) 어와 세상 사람들아

이 내 한말 들어보소

우리 주님 부활하셨네

십자가 상에 매달려

창칼에 찔리신 우리 주님…

죽음에서 살아 나셨네

우리 주님 부활 하셨네

할렐루야 얼씨구 좋다

할렐루야 얼씨구 절씨구 할렐루야…  

(누가복음 24장 등에 기록된 말씀)

판소리의 대가 박동진씨는 <예수전> 대본을 몇 차례 반복해 읽으며 스스로 예수님을 믿게 되었다. 놀라운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그 후 성경 말씀에 감화되어 신앙심이 돈독해졌다고 술회하기도 했다. “지금도 예수님이 돌아가신 것을 소리할 때면 부채를 놓고 엉엉운다”면서 “틀에 맞춰하는 것이 아니라 풍부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판소리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기독공보 이상훈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따옴)

이 같은 기획에 대해 교계의 반응은 냉냉했었다. 거룩한 성경 말씀을 광대놀이 하는 소리꾼이 부르게 한다는 것은 종교적인 신성성(神聖性)에 반한다는 견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창 박동진씨는 스스로 곡을 붙여 장장 4시간에 걸쳐 완창했다. 이 방송이 전파를 타고 퍼지자 교계뿐만이 아니라 일반 국악 애호가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요즈음 시쳇말로 대박을 친 것이다. 

판소리란 무엇인가. 소리꾼(광대)이 고수(북치는 사람)의 장단에 맞추어 소리(창)와 재치있고 익살 맞게 아니리(소리꾼이 판소리 한 대목에서 다른 대목으로 넘어가기 전에 사설을 엮어가는 것)로 구연(口演)하며 너름새(소리꾼이 판소리의 극적 내용에 맞춰 몸짓으로 연기하는 행동)하는 전래의 해학적 연예이다. 판소리는 서민들의 삶에 신바람을 넣어주는 해학적 장르로 발전시켜 온 민족의 놀이가 된 것이다.   

그는 <판소리 <예수전> 외에도 <팔려가는 요셉>, <모세전> 등 성경 말씀을 판소리로 제작 직접 출연한 장로이다.

판소리 <예수전>을 비롯, 보다 많은 성가곡들이 판소리로 번안하여 많은 교회에서 판소리 축제의 판을 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얼시고 좋다, 할렐루야, 예수님과 함께라면-” 

다시 한번 광야의 기적을 이루는 날을 지켜보자. 

운보 김기창 화백은 예수님의 생애를 화폭에 담았다. 갓을 쓰고 두루마기를 입은 남성과 치마 저고리를 입은 여성을 등장시켰다. 한국인의 건축양식인 마구간이나 전래 복식으로 채색한 것은 장소성(場所性)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었다.  

예술가들의 창조적 발상력이 신앙심을 함양하는데 크게 이바지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박이도 장로

<현대교회, 한국기독교문인협회 전 회장>

공유하기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