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에세이] 헛짚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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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만치 서있는 아이가 왠지 나를 쏘아 보는 것 같다. 아니겠지 하면서 시선을 돌렸다가 다시 보니 여전히 쏘아본다. 이상해서 나도 그 아이를 뚫어지게 쳐다보게 되었다. 이게 웬일인가. 그 어린 것이 입술에 손을 얹더니 내게 손을 뻗쳐 보이는 게 아닌가? 

이거야 어른들이 하는 입맞춤의 표시 아니던가? 아니 저 애가 미쳤나, 백발 늙은이한테 희롱도 아니고 저게 무슨 버르장머리 없는 짓인가? 어이가 없어 노려보는데 또 그 짓을 반복하고 서있다. 지하철 안이니 쫓아가서 아이에게 혼찌검을 낼 수도 없고 참고 있자니 열이 올라 감당하기 힘들다. 

아이가 내린다. 허둥지둥 따라 내려서 그 아이 앞을 가로막았다. 너 어른에게 왜 입술에 손을 댔다가 내게 보내는 시늉을 하느냐고 일갈했다. 돌아온 답은 “할머니 마스크 안 썼잖아요?” 어머나, 그래 바로 이거다. 내가 바로 가지 못하고 있을 때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여러 모양으로 애타게 깨우치고 계시는 것을 미련한 우리 인생은 눈치채지 못하고 엉뚱한 곳만 헤매고 다니는 것이겠구나. 때로는 은혜로 많은 것을 부어주시며 너도 사랑을 실천하라고 가르치셨으련만 자신의 성취에 취해 기고만장하여 옆을 돌볼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이 방만하게 살아간다. 기다리다 지치신 하나님께서 그래도 버리지 않으시고 가벼운 채찍을 드신다. 그래도 눈치없이 지내는 사람과 그제서야 깨닫는 사람이 있다. 나는 어디에 속할까? 가슴에 손을 얹어보자. 코로나가 심하던 어느 날 이야기다.

내가 규칙을 어기고 마스크를 안 쓴 생각은 안하고 아이의 이상해 보이는 행동만 나무라던 그 모양은 바로 주님께서 경계하셨던 모습, ‘네 눈에 들보는 못 보면서 남의 눈에 티는 보이는 그런 사람’ 아니던가? 감사합니다. 저를 버리지 않으시고 깨우쳐주셔서요.

이제 코로나도 주춤해졌다. 아주 뿌리 뽑아 주시라고 계속 기도해야 할텐데 어느새 우리는 그 기도를 잊은건 아닌지 모를 일이다. 주님께서 이만큼 해 주신 것을 마치 우리 의학의 힘이 대단해서 이겨낸 것처럼 자만하고 있는 건 아닌지. 비대면 때 익숙했던 유튜브 예배에서 온전히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는 구석은 어떻게 해야 하나, 예배당에서 경건한 예배를 드리자.  

오경자 권사

 신일교회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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