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물이야기] 낙심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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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땅에서 27년간 학교 사역을 하면서 수많은 일을 겪었다. 때로는 기쁜 일도 있었고 때로는 슬픈 일도 있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어려운 일들을 겪으면서도 늘 선교의 열매를 볼 수 있어서 큰 기쁨과 보람이 있었다. 무엇보다 어려운 청년들에게 영어 연수 기회를 주고, 열등감에 빠져 자존감을 잃고 사는 청년들에게 하나님 안에서 자긍심을 갖게 도와준 것에 보람을 느꼈다. 

혹시라도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자존감을 잃을까봐 어려운 학생들에게는 특별히 더 관심을 가졌다. 생활비가 부족하면 몰래 불러서 채워 주고, 때로는 병원비 항공료도 지원해 주었다. 집안에 어려움이 있어 힘들어하는 아이들에게도 도움의 손길을 주었다. 그래서 지난 2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수천 명의 장학생이 다녀갔으나 돈이 없어 도중에 돌아간 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어느 날 한 자매가 면담을 신청했다. 생활비가 없어 저녁 시간에 시내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야겠다고 했다. 자매가 있는 장학관에서 시내로 출퇴근하려면 어려움이 많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면 학교에서 수업을 따라가기도 힘들었다. 그래서 6개월 생활비를 한 번에 지원해 주었다.   며칠 뒤 자매가 아주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보니, 아버지 목사님이 조그만 건물 지하에 개척교회를 하고 계시는데 6개월간 임대료가 밀려 쫓겨나게 생겼다는 것이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러나 당시에는 나 역시 뉴질랜드인 영어학교에서 직원으로 있으면서 어려운 목회자 자녀들의 영어 연수비를 내주고 있던 상황이었다. 여유는 없었으나 어렵게 6개월 치 임대료를 내어 주었다. 어려운 중에도 한 가정에 약간의 도움을 준 것이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뻤다. 자매는 6개월간 연수과정을 어려움 없이 잘 마쳤다. 

 한국으로 돌아갈 날이 가까웠을 때, 자매가 나를 찾아와서 이곳 남섬과 호주를 여행한 후에 한국으로 가겠다고 허락을 받으러 왔다. 이곳 남섬은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해서 경비도 많이 들고 거리가 멀어 웬만한 교민들도 여행하기가 쉽지 않았다. 호주는 더욱더 가기가 어려웠다. 자매의 어려운 사정을 아는 나로서는 너무 당황스러워 무슨 돈으로 여행을 할 건지 물어보니, 아버지가 꼭 여행을 하고 오라고 돈을 보내주었다고 했다. 

물론 부모의 심정은 두 번 오기가 어려운 곳이니 꼭 여행을 시키고 싶었을 것이다. 나는 여행의 기회는 살아가면서 얼마든지 오니 그 돈으로 아버지의 사역을 돕도록 조용히 권면했다. 그러나 자매는 나의 조언은 아랑곳하지 않고 여행을 다 마치고 한국으로 갔다. 

대부분의 장학생들이 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가기 전에 꼭 감사카드를 주고 간다. 그런데 이 자매는 한마디 인사도 없이 가버렸다. 선을 행하다 보면 때때로 낙심하기도 한다. 그때마다 굳게 마음을 다진다. 선행은 내가 하는 것이 아니고 아버지 하나님이 하신다는 것을, 그리고 이 일을 할 수 있게 은혜를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돌려야 한다는 것을 늘 회개하는 마음으로 되새기게 된다. 

이은태 목사

 뉴질랜드 선교센터 이사장

 Auckland International Church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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