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는 전 세계인들이 ‘지상낙원’이라고 할 만큼 아름다운 나라이다. 더구나 복지제도가 잘되어 있어 어려운 사람들도 많은 혜택을 누리고 산다. 이곳에서 살다 보니 뉴질랜드라는 나라에 때때로 참 감사한 마음이 든다. 특별히 나는 하나님의 은혜로 이 땅에서 많은 부를 누리고 있다. 그래서 더더욱 고마운 마음을 가졌다.
어느 때부터인가 내 안에 뉴질랜드 민족에게 조금이라도 은혜를 갚아야겠다는 마음이 생겨났다. 워낙 복지제도가 잘 되어 있어 도움을 줘야 할 사람을 찾기가 그렇게 쉽지가 않았다. 그래서 어려운 사람을 돕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꼭 동참하곤 했다. 어려운 지역에 있는 학교에 아침을 나눠 주기도 하고, 아웃리치를 통해 천개가 넘는 소시지빵을 구워 종종 나누기도 했다.
그러던 중에 어느 날 시내를 방문했다가 길거리에 있는 많은 노숙자들을 보게 되었다. 사실 처음에는 그들을 잘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라에서 충분한 지원을 해줄 텐데 왜 이렇게 노숙자가 되었을까? 그냥 이런 생활을 즐기는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가졌다. 그러나 그들의 모습 속에 내가 알 수 없는 깊은 아픔의 상처가 있음을 깨달았다.
그들의 필요를 조금이라도 채워 주기 위해 우리 장학생들과 함께 노숙자 사역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필요한 것을 사도록 매번 10달러, 20달러씩 돈을 나눠 주었는데 많은 노숙자들이 몰려들었다.
어느 날 한 노숙자가 조용히 나를 찾아와서 돈을 주면 안 된다고 조언을 했다. 돈을 함께 모아서 마약을 사기도 한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후부터는 고급 햄버거와 간식, 팩과 물, 그리고 생필품 등을 나누어 주었다. 줄이 끝이 없었다. 가져온 물품을 나누어 주기 전에 늘 함께 ‘God is so good’ 찬양을 부르고 짧은 메시지와 기도로 예배를 드렸다.
시간이 지나가면서 그들의 모습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기도를 요청하는 노숙자도 있고, 성경을 구해 달라는 노숙자도 있었다. 그들은 우리가 가는 날을 간절하게 기다렸다. 그러나 모두가 다 이렇지는 않았다. 일부는 우리에게 욕을 퍼붓기도 하고 주먹으로 치려고도 했다. 그러나 그들을 만나는 시간은 참으로 기쁘고 복된 시간이었다.
그들에게 나눠 주는 물품의 대금만 해도 1년에 수억에 달했다. 길게 줄을 선 사람들에게 물품을 나누어 준 후에는 이곳에 오지 않고 길에서 구걸하고 있는 노숙자들을 일일이 찾아 챙겨줬다. 멀리서 우리가 보이면 손을 흔들며 그렇게 반가워할 수가 없었다. “당신들이 진짜 그리스도인이요.” “당신들 교회에 꼭 나가고 싶소.” “이곳에 교회를 세워 주시오.”
어느 날 한 70대로 보이는 할머니 노숙자가 햄버거와 돈을 받아 들고 진지한 눈빛으로 몇 차례 이렇게 외쳤다. “Are you God? Are you God?” 우리는 진정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다.
이은태 목사
뉴질랜드 선교센터 이사장
Auckland International Church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