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드톡] 외로운 고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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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보다 더 고독해져야 하나? 눈의 시력을 모두 잃어버리고 나는 고독해졌다. 아니 우울해졌다. 고독과 우울함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잘 모르지만, 어찌 됐든 고독은 나의 일상적 친구가 되었다.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 내게는 제한적이니 스스로 관계의 줄을 끊어버리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새로운 친구는 고사하고 오랫동안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과도 언제부터인지 단절이 되었다. 젊은 시절 학교를 다닐 때에도 친구를 사귀는 것에 낯설어했기에 친구가 없는 편이었고 지금도 주변에 사람들이 없다. 고작 서너 명의 지인이 있을 뿐이니 나처럼 인간관계가 적은 사람도 없을 듯하다.

내가 누군가를 보고 싶어도 자유롭게 찾아갈 수 없고 그들이 나에게 찾아와야 만날 수 있다는 한계는 요즘처럼 바쁜 세상에서는 사람을 만나고 교제한다는 것에 치명적 한계일 수밖에 없다. 이렇듯 고독은 내 오래된 친구이며 우울은 나를 사로잡는 감성이다. 외롭고 힘들 때에도 이야기를 나누거나 위로해줄 친구가 없다. 그러니 홀로 있는 시간이 많고 혼자 생각하고 혼자 판단하고 홀로 살아가는 것에 익숙해졌다. 나는 ‘외로운 고독자’이다.

요즘은 더 우울하고 외로운 마음이 든다. 고독감이 찾아오는 날이면 답답하다 못해 내 안에서 불같은 것들이 일어나 나를 태우려 한다. 그런 날은 불안해지고 마음이 흔들려 또 바람을 생각한다. 날아가고 싶고 떠나고 싶고 바람처럼 돌아다니는 꿈을 꾼다. 아마도 고독이 완전한 친구가 되지 못해 나를 고통스럽게 흔들어대는 것이다. 고독과 친구가 되는 것은 여전히 힘들고 고통스럽다. 우울함이 극에 달하고 불행하다는 생각이 들면 미치도록 괴롭다. 아마도 오래전부터 있었던 증상이다. 다시 그 증상이 도졌는지 지금 나는 그렇다.

홀로 있음을 즐기려 하지만 즐기기보다는 눈물이 나고 그래서 그런 날은 차라리 흔들리고 싶다. 마구마구 내 안의 흔들림을 좇아 돌아다니는 바람이고 싶고, 공기처럼 스며들고 싶다. 더 불안해지지 않으려 나를 숨기고 나는 점점 깊은 어둠 속으로 들어가려 한다.

하늘의 은혜를 생각하지만 그런 날 바울도 그랬을까? 나는 말문을 닫고 깊은 침묵 속에 빠진다.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나는 어떻게 이 고통을 이길 수 있을까? 무기력하고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운동을 해야 건강을 조금이라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움직이고 싶지 않다. 도무지 눕고 싶고 잠들고 싶다. 그냥 이렇게 사라지고 싶다. 그냥 지금은 바람처럼 어디론가 사라지고 싶다.

유해근 목사

<(사)나섬공동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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