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희 선교사] 걸을 힘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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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카트만두에서 버스로 네 시간을 타고 가서 하룻밤을 걸었고, 이틀이나 더 걷는 곳으로 이동진료를 갔다. 같이 간 팀원 중에 치과 선생님도 한 분 계셨다.

버스에서 내려 조금 걸으니 곧 가파른 내리막길이 나타났다. 큰 산에 난 길이었다. 한 시간 이상을 내려가면서 돌아올 때는 거꾸로 그 가파른 길을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미리부터 걱정이 되었다. 드디어 3일째가 되어 어느 산 밑에 다다랐을 때 함께 갔던 현지인 목사가 말했다.

“이제 다 왔습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어디인데요?“

“저 산 위입니다.”

나는 기가 막혔다. 이틀을 걸어오느라 지쳐서 힘이 없는데 멀리 보이는 산 정상을 가리키며 다 왔다는 것이다. 그는 지그재그로 난 계단을 올라가기 때문에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그건 그곳이 고향인 그의 생각이었다. 한참을 올라가다 얼마쯤 왔는지 물으니 반도 못 왔다는 것이었다. 거기서부터 계단을 세어보았는데, 8천 개쯤 되었다.

다른 젊은이들은 다 올라가고 나와 동행한 목사님만 뒤처지고 말았다. 나는 동네를 얼마 남기고 지쳐 쓰러졌다. 얼마나 오래 쓰러져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었다. 어느덧 해가 지고 어두워졌다. 그때는 휴대전화도 없었을 때라 마냥 기다리기만 했는데 두 명의 청년이 손전등을 들고 우리를 찾으러 내려왔다. 젊은이 둘이 내 겨드랑이 양쪽에 팔을 끼고 나를 번쩍 들어 산을 올라갔다. 산 정상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났다. 철철 흐르는 물에 대충 씻고 하나님 앞에 엎드렸다.

‘하나님, 이렇게 기운이 없고 쑤시고 아픈데 내일부터 3박 4일이나 진료를 할 일이 부담스럽습니다. 힘을 주시옵소서.’

그리고 쓰러지듯 잠이 들었다.

이튿날 아침 6시경에 일어났는데 실로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내 몸이 전혀 아프지 않고 힘이 솟아나고 있었다. 그 높은 곳에서 조깅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거뜬했다. 환자는 연일 이어졌다. 너무 많은 환자가 와서 점심시간에도 쉴 수 없었다. 급히 식당에 가서 식사를 하고, 식사를 마치는 대로 바로 달려와서 진료를 계속했다. 하지만 넉넉한 힘으로 잘 감당할 수 있었다.

떠나는 날은 주일이어서 판자로 만든 임시 교회당에서 예배를 드렸다. 양은 쟁반 위에 헌금 동전이 땡그랑 하며 떨어지던 소리가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그곳에서 말씀을 전하고 찬송하며 예배드린 일 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카트만두로 돌아오는 길에 나뭇가지와 판자 그리고 낡은 함석으로 지은 허름한 객점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1박을 했다. 그리고 동이 트자마자 걷기 시작했다. 가파른 산길을 오르기 위해서는 산 밑에서 1박을 더 하고 아침부터 천천히 올라가면 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가파른 산길 아래에 도착하니 오후 2시가 되었다. 사람들은 해가 중천이니 계속 올라가자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10분쯤 오르니 숨이 턱에 차기 시작했다. 땀은 비 오듯 하고 다리가 아파 더 올라갈 수가 없었다. 15분 정도 쉬었다가 다시 걷기 시작했지만 10분이 지나니 또 마찬가지였다. 다른 네팔 청년들은 목사님과 나를 지나 씽씽 올라갔다. 나는 계속 기도했다.

‘하나님, 힘을 주세요. 제게 걸을 힘을 좀 주세요.’

그렇게 기도하고 다시 발을 내딛었을 때 내 몸이 이상해진 것을 느꼈다. 다리에 굉장한 힘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다시 걷기 시작하는데 일행이 나를 따를 수 없을 정도였다. 앞서 올라갔던 네팔의 젊은이들도 내가 뒤따라오는 것을 보고 감탄해서 말했다. “야! 할아버지 올라오시니 길을 비켜라!”

숨이 차지도 않았고, 땀도 나지 않았고, 다리도 아프지 않았다. 그렇게 걸어서 놀랍도록 짧은 시간에 정상까지 올라갔다. 나는 감격하며 두 팔을 번쩍 치켜들고 하나님께 감사기도를 드렸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때 일을 회상할 때마다 나는 예수님께서 나를 업고 가셨다고 말한다. 선교 현장에서 하나님께서 일하심을 보며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한다는 것은 형용할 수 없는 놀라운 은혜이다.

고산지대인 돌카의 절벽을 지나 이동진료를 다닐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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