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들의 생활신앙] 너무 헷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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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에는 지구촌에 48여 개 국가에서 선거가 실시된다. 연초에는 대만의 총통 선거, 4월 10일의 우리나라 국회의원 선거, 11월에 미국의 대통령 선거까지 계속 선거 소식을 듣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 총선에는 비례 대표제를 시행하는데 연동형 vs 병립형 비례 대표제를 알아보자. 비례 대표제는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선거제도다. 현재 우리나라는 국회의원 300석 중 지역구 253석을 제외한 47석이 비례대표이다. ①병립형 비례 대표제는 지역구를 제외한 의석(47석)을 정당 득표율로 배분한다. ②연동형 비례 대표제는 지역구를 포함한 전회의석(300석)을 정당 득표율로 배분한다. 예를 들어 A정당의 정당 득표율이 10%인 경우 지역구 10석 당선+비례대표 20석 합계 30석(10%)을 가져가는 것이다. 만약 지역구에서 30석이 당선됐다면 비례대표는 0석으로 합계 30석(10%)이 되어 정당 득표율 10%로 지역구 당선자+비례대표 당선자를 합해 총 30석을 확보하게 하는 것이다. ③준연동형 비례 대표제(2020년 총선 때 시행)는 지역구 당선자(253석)를 제외한 의석(47석)을 연동형으로 30석+병립형(17석)으로 배분했었다. 이 비례 대표제는 다수결의 원칙을 폭넓게 수용해 표의 가치를 높이고 소수당에게도 기회를 제공해 정당 정치의 발전에 기여한다지만 군소 정당의 난립으로 50cm 정도의 투표용지를 받아든 투표권자에겐 혼란이 가중되어 부작용도 적지 않은 제도이다. 우리나라의 2020년과 2024년 선거에 볼 수 있는 기이한 현상이라 씁쓸하다. 우리나라의 붕당 정치와 사색 당쟁에 대해선 역사 시간에 배운 바 있다. 미국이나 유럽의 민주국가들은 양대 정당 많아도 3~4개 정당이 경쟁하는데 비하면 너무 혼란스럽고 후진적인 것 같다. 조선일보 이한수 기자의 인터넷 유머가 있다. 소스를 부어 먹어야 한다는 ‘부먹파’는 東人이 되고 소스에 찍어 먹어야 된다는 ‘찍먹파’는 西人이 되었다. 東人은 다시 ‘소스를 붓더라도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南人과 ‘그냥 부어버리면 된다’는 北人으로 갈라졌다고 한다. 西人은 다시 ‘소스에 조금만 담가야 한다’는 老論, ‘오래 담가도 된다’는 少論으로 나뉜다. 노론은 소론을 향해 “소스에 오래 담근다면 부어 먹는 행위와 뭐가 다른가?”라고 공격했단다. 영조(英祖/1694-1776/재위 기간 51년 7개월/1724.8~1776.3)의 탕평책은 ‘반은 부어 먹고 반은 찍어 먹자’는 제안이었고 사도세자는 소스에 담근 탕수육을 다시 간장에 찍어 먹다가 뒤주에 갇힌 것이었다. ‘간장에 찍어 먹을 수도 있다’고 동정한 시파(時派)와 ‘소스에 찍으면 되지 왜 간장에 또 찍느냐?’고 비난한 쪽이 벽파(僻派)라 한다. 우스갯소리 같지만 꽤 심각한 진실을 담고 있는 이야기다. 죽기 살기로 싸운 당쟁이 참 하찮은 일이었다는 성찰의 글이다. 이 ‘탕수육 논쟁’이 말하지 않은 더 큰 문제가 있다. 부어 먹어야 한다며 소스 제조권을 독점하고 찍어 먹어야 한다며 젓가락 사용권을 혼자 차지한 형태가 바로 이번 공천 싸움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이념을 내세우면서 뒤편으로 자기 사익을 챙기고 마치 공익을 위해 헌신하는 것처럼 자신마저 속이고 있다는 것이다. 당쟁을 긍정적으로 보는 ‘조선 선비 당쟁사’가 있고 당쟁을 부정적으로 보는 ‘조선 시대 당쟁사’가 있다. 공익에 사익을 숨겨 넣어 정의로 포장하는 꼼수는 보고 싶지 않다. 2024년 국회의원 연봉은 1억 5천700만 원이다. 국제적으로 비교해도 너무 많다. 1인당 GDP가 우리보다 훨씬 높은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의 연봉이 우리보다 훨씬 낮기 때문이다. 공무 수행, 출장비 등 각종 지원비도 1억 1천276만 원이며 9명의 보좌진 인건비가 연간 5억 원가량 지급된다. 국회의원 한 사람에게 연간 7억 원 이상 세금이 들어가고 146가지의 특권이 제공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후진적이고 문제가 많은 곳이 국회의원들이라고 한다. 제발 4월 10일 총선거에 두 눈 부릅뜨고 두 귀를 활짝 열어 제대로 사람을 뽑아야 되겠다.

김형태 박사

<한남대 14-15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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