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평전] 수산시장 파시(波市)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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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대까지 한반도 동해(東海)의 대표 수산물은 명태이고, 서해(西海)는 조기였다. 봄이 되면 서해로 북상하는 조기를 따라 많은 어선들이 흑산도, 위도, 연평도 등지로 집결하면서 특히 연평도 해역은 조기잡이 최대 어장이 형성된다. 조기는 봄이 되면 산란장을 찾아서 연평도를 거쳐서 북한 대화도까지 올라가는데 한강, 임진강, 예성강에서 유입된 토사로 형성된 넓은 모래벌판과 갯벌은 잘피가 무성해 조기 산란장으로 최적지였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4월부터 6월까지 서해 연평도에 모여든 선원과 상인들은 수만 명에 달한다. 그런데 때때로 서해에 냉수대가 형성돼 조기가 북상(北上)하지 못하고 남쪽 흑산도 근해에 머무르기도 한다. 이때는 조기잡이 선박이 연평도나 흑산도 어장으로 일시에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룬다. 이 남획 바람에 이 북새통 속에서 연평도나 흑산도 해역은 일시적으로 거대한 조기 파시장(이하 ‘파시’라 함)이 열린다.

6·25전쟁이 끝나고 공업이 발전하자 공장 오·폐수가 한강으로 흘러 들었고, 오염된 물이 조기 산란장을 뒤덮고 조기 산란장이 황폐화 되어갔다. 마침내 연평 어장에서도 조기가 사라지기 시작했고 결국 1968년 파시장이 마지막이었다. 어장 황폐화는 남획뿐 아니라 나일론 그물 보급과 바다 오염에 따른 남획이 원인이었다. 그러나 조기 어획 감소, 서식지 이동 등은 꼭 남획 때문만이 아니고 해양환경 변동도 원인이었다. 이런저런 원인으로 파시가 사라졌다.

부산과 통영은 조선시대까지 역사적으로 한반도의 풍족한 어족자원과 각종 어물(魚物) 거래를 위해 정박하기 좋은 천혜의 포구이기 때문에 전형적인 파시(波市) 해역이었다. 어선에서 곧바로 매매가 이뤄지는 수산시장, 소위 파시에 관한 기록은 세종실록지리지(1454년)와 신증동국여지승람(1530년), 택리지(1751년) 등에 나타날 정도로 연원이 깊다. 요컨대 현대적인 유통망이 확립되기 전에는 파시를 통해서 주요 수산물이 유통됐던 것이다. 각 해역에서 모인 해산물은 파시에서 중간상인, 소매상, 행상 등을 통해서 전국으로 유통됐다. 서해와 남해에서 잡은 조기, 준치, 삼치, 멸치 등과 각종 젓갈류는 한강, 임진강, 예성강 등 수로를 통해서 한양과 개성으로 보내졌고, 동해에서 잡은 명태 등은 말이나 소달구지를 이용해 육로로 한양(서울) 등 전국 각지에 운송되었다.

파시가 활발했던 곳은 부산, 통영뿐 아니라 연평도, 위도, 흑산도도 활발했다. 덕적도, 신도, 임자도는 민어 파시로 유명했다. 추자도와 부산대변 해역은 멸치 파시, 울릉도와 영덕은 오징어 파시 해역이었다. 욕지도의 고등어 파시는 1920년대부터 시작돼 역사는 짧지만, 어선 500여 척 운반선 290여 척이 조업할 정도로 대규모 고등어 파시였다. 고등어 파시는 어군(魚群)이 점차 제주도 남쪽 먼 바다로 이동하고, 유통 방식이 변화됨에 따라 1960년대 이후 쇠퇴했다.

세계는 지금 바다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세계 해양경제는 2030년 2조8천억 달러로의 성장이 예측되며, 해양수산산업 시장은 2030년 4천8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 수산국은 각각 바다 수산물 등 수자원에 의한 청색 경제(Blue Economy) 전략(미국), 청색 성장(Blue Growth) 전략(EU) 등의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일본의 ‘도요스(豊洲)’ 수산시장은 ‘맛있는 생선회를 먹겠다’는 일본인의 집념이 만든 일본의 파시이다. 일본 지방정부인 도쿄도는 2018년 예전 수산시장인 쓰키지(築地)에서 수조 원의 이전 비용을 무릅쓰고 도요스로 수산물시장(水産物市場)을 건설했다. 그리고 우수한 냉장(冷藏) 시설을 갖추었다. 1935년에 생긴 쓰키지 수산시장은 일본인은 물론이고 한때는 전 세계인이 찾아올 정도로 전형적인 일본 수산물시장이었다. 냉동 참치는 영하 50도에서 저장하다가 경매 때만 잠시 나열한다. 빠르게 녹기 때문이다.

새벽 4시에 여는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도요스 참치 경매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손을 씻고 손 소독까지 해야 한다. 그 정도로 청결을 유지한다. 일본 도쿄 남쪽 도쿄만(灣)에 인접한 도요스 수산시장의 경매장에는 한 마리에 수천만 원까지 하는 생(生)참치 약 200마리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꼬리가 잘린 냉동 참치 1천 마리도 도열되어 있다. 잘린 참치 꼬리마다 서너 명씩 경매인이 둘러선 채 뚫어져라 보고 있다. 감식(鑑識)을 받는 것이다. 참치는 같은 크기라도 품질에 따라 kg당 3천 엔부터 1만5천 엔까지 가격 차이가 난다. 이 경매장에서 이들 참치는 한 점에 1만 엔씩 하는 긴자의 고급 횟집으로 갈지, 도쿄 외곽의 허름한 점포에서 수백 엔짜리로 팔릴지 판가름난다.

지난 1월 30일 새벽 4시 30분쯤 일본의 도요스 수산시장에서 손에 종을 든 도매상 

<사진출처: 조선일보>

 

김동수 장로 

•관세사

•경영학박사

•울산대흥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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