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긴과 보아스] 잘 버려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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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지난 뒤 문득 알게 된 게 있습니다. 버리지 못한 채 쌓아두고 있는 게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쉽게 버리지 못합니다. 버리는 게 모으는 것보다 어려운 일인 줄은 정리를 하면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책상과 서랍에도, 옷장에도, 탁자 위에도, 베란다에도 버리지 못해 모아둔 것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습니다.

제가 활동하고 있는 안암동 주민자치회 분과에서는 지난 해 정리수납가 양성과정을 시행했습니다. 지역주민들에게 얼마나 호응이 좋았는지 주간반 야간반으로 진행이 되었고, 한 해를 지나 올 봄에는 심화과정반도 개설하게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정리수납가 양성과정을 이수한 분들이 지역의 홀로 사시는 댁을 방문하여 집안을 정리하는 봉사활동도 연계 시행했습니다. 

모든 문제의 해결은 ‘정리’에서부터 시작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살다보면 우리는 다양한 이유로 물건을 모으게 됩니다. 당시에는 꼭 필요한 것 같아서 모아두지만 나중에는 모아 놓은 물건에 파묻혀 살게 됩니다. 정작 필요할 때는 찾지도 못하고, 안쓰던 물건을 발견할 때면 이걸 왜 쌓아두었는지 묻게 됩니다. 아무튼 생각보다 많은 것을 쌓아두고 있다는데 놀라게 됩니다.

정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정리를 시작하려고 보니 버리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요. 모아둔 물건에는 나름의 의미와 추억이 있다보니, 무엇을 남기고 버려야할지 결정하는 게 그냥 쌓아두는 것보다 더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정리하는 과정을 통해서 정말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정리하고 버리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정말 소중한 것으로 삶을 채우기 위해서는 내게 익숙했지만 유익을 끼치지 못한 것부터 버려야한다는 사실을 배우게 됩니다.

버려야할 것은 물건만이 아닙니다. 내가 주인노릇하려는 불신앙, 분주한 마음, 자주 화내던 습관, 생각없이 뱉던 불평과 책임전가, 만족하지 못하고 더 움켜쥐려는 욕심, 미루는 태도, 쓸데없이 많은 말, 과도한 생각과 염려, 후회하며 자책하기, 미움과 시기, 상처와 억울함에 매여 용서하지 않으려는 마음, 피해의식, 부정적인 사고방식과 언어 등. 불필요한 것에 마음을 쏟느라 예수님이 머무실 곳 없이 살았던 정리되지 않은 마음을 돌아봅니다. 앤드류 머레이는 ‘나를 버려야 예수가 산다’는 책에서, ‘내 자아가 펄펄 살아있으면, 내 안에 예수님이 계실 곳이 없다’고 말합니다.

인생은 움켜쥔 손으로 태어나 펼친 손으로 삶을 마감합니다. 모으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버리는 것은 저절로 되지 않습니다. 쓰레기통을 비우는 것이 청소의 시작이듯,  정리의 시작은 버리기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버려야 정리됩니다. 정리하면 홀가분해지고, 정리하면 단순해집니다. 하루 10분만 정리하는데 투자해도 큰 유익이 있습니다. 일단 거창한 계획보다 눈 앞의 책상부터 하나씩 정리를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지요?

유상진 목사

<영암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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