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세기의 대표적인 역사학자 토인비(Arnold J. Toynbee)는 역사를 국가나 민족이 아닌 문명이라는 관점에서 이해했다. 그는 ‘도전과 응전’이라는 도식으로 문명사를 설명하며 27년에 걸쳐 12권 분량의 저술로 이를 기록했다. 도전이 너무 약하면 문명은 나태에 빠져 발전하지 못하고, 반대로 도전이 너무 강하면 문명이 질식해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진다. 문명이 위기에 빠질 때 역사가 기다리는 인물은 바로 창조적인 소수자다. 이들은 침체된 문명에 활력을 불어넣고 무너져가는 문명을 다시 일으킨다.
이 도전과 응전의 원리를 더 쉽게 설명하기 위해 토인비는 강연에서 자주 ‘메기 효과’, ‘메기 철학’이라는 예화를 사용했다. 서구 기독교 사회가 정체될 때 공산주의가 역사 무대에 등장해 메기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말했다. 문명사뿐 아니라 경영학, 조직 관리, 자기 계발, 교회 사역에서도 경쟁과 도전이 우리를 깨우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먼 바다에서 청어를 잡아오는 원양어선들이 10시간 넘게 걸려 육지에 도착하면 대부분의 청어는 성질이 급해 죽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한 회사의 청어는 팔팔하게 살아 있어 높은 값을 받았다고 한다. 비결은 청어 1천 마리당 천적 메기를 한 마리씩 함께 넣어 운송한 것이었다.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메기를 피해 이리저리 도망 다니며 긴장한 덕분에 죽을 틈이 없었던 것이다. 토인비는 이를 천적이 생명을 살리는 법칙으로 설명하며, 도전과 응전의 원리를 강조했다. 그는 적당한 긴장감이 우리의 영성, 정신, 건강까지 지켜준다고 말했다.
메기 효과와 함께 자주 언급되는 이야기가 바로 ‘도도새의 법칙’이다. 17세기 인도양의 섬에서 번성하던 도도새는 천적이 없자 땅 위의 벌레나 여린 풀을 먹으며 살았고, 나는 법을 잃어버렸다. 번식을 위해 알을 낳을 때도 조심할 필요가 없어 아무데나 낳았다. 그러나 섬을 드나드는 배를 통해 쥐나 파충류가 들어오자, 이들이 도도새의 알을 먹고 도도새를 잡아먹으면서 순식간에 멸종하고 말았다.
예전에 호주를 방문했을 때, 해변의 갈매기들이 물고기를 잡지 않고 관광객이 던져주는 감자칩이나 과자, 빵 부스러기만 주워 먹으면서 비대해지고 날지 못하는 모습을 보았다.
올해는 한국 선교 140주년을 맞는 해다. 한국 교회는 짧은 선교 역사 속에서 세계 선교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한 교회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가장 빠른 시간 안에 침체와 위기를 맞이한 교회가 되었다. 이 위기의 시대를 털고 일어설 한국 교회의 도전, 즉 메기는 없는 것일까? 아니면 축소 시대, 탈종교 시대의 도전이 너무 거세어 질식하고 있는 것일까? 한국 교회 목회자와 장로 중에 창조적인 소수자가 불같이 일어나기를 기도한다.
또한 도도새가 알을 아무렇게나 낳아 두었던 것처럼, 우리는 혹시 다음세대 교육을 방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 단 한 명의 제자에게도 모든 것을 걸었던 예수님처럼, 오늘 한국 교회는 교회 안의 단 한 명의 아이에게라도 목숨을 걸어야 할 때가 아닌가? 그들 중에서 한국 교회를 다시 일으킬 창조적인 소수자가 나오기를 기다린다.
류영모 목사
<한소망교회•제 106회 총회장•제 5회 한교총 대표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