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한민국 기독교계를 향한 특검의 압수수색은 단순한 수사 절차를 넘어 종교의 자유와 존엄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극동방송 이사장 김장환 목사와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 이영훈 목사의 자택과 교회 당회장실까지 포함된 압수수색은 그 대상이 종교 지도자라는 점에서 특별한 신중함이 요구되는 사안이었다. 그러나 수사기관은 종교적 상징성과 공동체적 민감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강제 수사를 단행했고,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 실례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물론 특검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 대한 구명 로비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종교계 인사들이 연결고리 역할을 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영훈 목사는 “임 전 사단장과 일면식도 없고, 기도 부탁조차 받은 적 없다”고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혔으며, 특검 역시 압수한 휴대전화에서 관련 혐의를 확인하지 못하고 반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장환 목사 역시 “기도해 준 죄밖에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계는 침묵하고 있다. 언론은 떠들썩한데, 교회는 말이 없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한국교회의 반응은 무기력하다. 이는 단지 한 교단의 문제가 아니다. 특정 교회나 인물의 사건으로 치부해서도 안 된다. 종교의 본질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는 교파를 초월한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 순복음이나 침례교 등 교단의 이름을 뛰어넘어 신앙 공동체 전체가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더불어 이번 사안은 진보냐 보수냐의 정치적 스펙트럼과는 무관하다. 특정 이념이나 정치적 성향에 갇혀 있을 수는 없다. 보수를 자처하는 교회든, 진보적 신학을 지지하는 교회든, 모두가 종교의 자유와 교회의 존엄을 수호해야 할 동일한 부름을 받고 있다. 기독교가 세상 권력에 의해 유린되는 사태에 대해 적어도 예수 때문에 밥 먹고 사는 사람들이라면 “그래서는 안 된다”라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
지금 한국교회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침묵할 것인가, 말할 것인가. 교단의 이익에 갇힐 것인가, 신앙의 본질에 응답할 것인가. 공동의 목소리를 내야 할 때다. 이 사건을 외면한다면 다음에는 누가 보호받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종교의 자유는 특정 교회의 것이 아니라 모든 신앙인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침묵이 아닌 외침으로 지켜진다.
문성모 목사
<전 서울장신대 총장•한국찬송가개발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