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성복 목사의 유고 “나는 소망으로 살아있다” 연재를 시작한다. 하나님에 대한 간구와 항의와 순종과 찬양으로 욥기를 떠올리게하는 감동의 글 원고를 부인 김은진 목사가 간직하고 있다가 본지에 보내왔다. 어려움 속에 계신 신앙인들께서 많은 은혜 있길 바란다.
-편집자주
1986년 10월 2일, 푸른 하늘은 높고 가을은 농익었다. 기사를 마감한 기자들은 한두 명씩 편집국을 빠져나가고, 기사 원고를 받아든 편집부원들만 코앞에 다가온 마감 시간을 앞두고 분주하다. 한두 시간 전까지만 해도 수십 대의 미제 중고 타이프라이터가 쏟아내는 자갈 밟는 듯한 요란한 소리는 아침 안개처럼 공중으로 사라져버리고 편집국은 마치 파장을 앞둔 어시장 같다. 정치부 선배들도 다 자리를 비워버리고 입사 3년 반의 말석인 나 혼자 덩그렇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나도 저녁 취재를 나갈까 하다 그냥 자리에 눌러앉아 영어 소설 원서를 집어 들었다. 느긋한 자세로 몇 페이지를 읽고 있는데 부장석의 전화벨이 울렸다. 젊은 목소리의 여자가 ‘정치부의 김성복 기자’를 찾았다.
잠시 후, 낯선 여자가 편집국 입구에 들어서며 마침 문 앞에 있던 편집부장에게 뭐라고 하더니 그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내 쪽을 향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책에서 눈을 반쯤 떼고 가까이 오는 그녀를 바라보던 나는 나도 모르게 ‘저 여자가 내 짝이 되면 좋겠다’라는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영어신문 기자가 되고 싶어서 그 방법을 알고자 찾아왔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내 엉뚱한 생각이 현실이 되길 바라며 그로부터 석 달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그녀를 만났다. 알고 보니 우리는 같은 대학 동창이었고 그래서 더 쉽게 가까워졌다. 그해 12월 20일, 마침내 내 엉뚱한 생각은 실현되었다. 그녀를 처음 만난 지 정확히 80일 만이었다. 일이 그리도 급속도로 진전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마치 누군가 우리의 등을 떠미는 것만 같았다. 우리의 만남은 하나님의 계획에 들어있었던 것인가?
사실 출근 시간은 있지만 퇴근 시간은 없는 조간신문 정치부 기자가 매일 저녁 일찍 자리를 뜨는 일은 있을 수 없다. 그런데 정치부 선배들은 “걱정하지 말고 빨리 나가 보라”고 편의를 봐주었고, 나와 그녀의 관계가 꼬일 때는 과일 상자를 어깨에 걸머지고 그녀의 집 앞까지 동행해 바람을 잡아 주었다. 누가 시켜서 한 일일까? 그러고는 선배들이 나보다 더 신바람이 난 것 같았다.
김은진 목사
•홀여성선교회 회장
•마곡성은교회 담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