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 성전이 재건되던 시기, 유대인과 사마리아인 사이의 갈등은 단순한 건축 문제를 넘어 민족과 신앙의 정체성을 둘러싼 깊은 상처를 남겼다. 사마리아인들은 “우리도 예배하던 성전이니 함께 짓자”고 손을 내밀었지만, 유대인들은 “너희는 더러운 피를 가진 자들”이라며 그 손을 거절했다. 성전은 결국 완성되었지만, 그 앞에서 민족은 둘로 갈라졌다.
이 장면은 오늘날 한반도의 현실과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1953년 정전 이후 남북은 갈라졌고, 그 갈등은 단지 이념의 차이를 넘어서 민족 내부의 정체성까지 흔들고 있다. 남한 내부에서도 보수와 진보, 지역과 세대 간의 갈등은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서로를 향해 “너는 대한민국을 위하지 않는다”, “너는 이념에 물든 자다”라며 손가락질한다. 마치 유대인들이 사마리아인을 향해 “너희는 혼혈된 자, 부정한 자”라며 성전에서 배제했던 것처럼, 오늘날 한국 사회도 상대방을 ‘순수하지 않은 존재’로 낙인찍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사마리아인들은 결국 자신들만의 성경을 만들고, 예루살렘 대신 그리심산에서 예배를 드렸다. 분열은 신앙의 형태까지 바꾸어 놓았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남북은 서로 다른 체제를 구축했고, 남한 내부에서도 각자의 ‘진리’를 주장하며 서로를 배척한다. 손을 뿌리치는 일은 비단 신자와 불신자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믿는 자들이 교파라는 이름 아래 나뉘어 서로의 손을 뿌리친다. 같은 하나님을 예배하면서도 상대방을 진리를 오염시킨 상종 못할 존재로 취급하는 것이다.
그러나 예수님은 말씀하셨다. “때가 이르리니 참된 예배자들이 영과 진리로 아버지께 예배할 때가 오나니…” 예배의 장소보다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다. 성전이든 그리심산이든, 남한이든 북한이든, 보수든 진보든, 우리가 진정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화해하려는 마음이 없다면 그 어떤 성전도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스라엘은 성전을 지었지만, 그 앞에서 민족은 갈라졌다. 한국은 지금, 새로운 성전을 지어야 할 때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의 반석으로 삼는 성전, 그것은 단지 건물이나 체제가 아니라 공존과 화해의 정신이다. 우리는 서로를 향해 “너는 더러운 피를 가진 자”라며 배제할 것인가, 아니면 “우리가 함께 성전을 지을 수 있다”는 마음으로 손을 잡을 것인가. 역사는 반복되지만, 반복되는 상처를 치유할 선택은 우리에게 있다.
문성모 목사
<전 서울장신대 총장•한국찬송가개발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