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망으로 살아있다] 고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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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앞마당에 들어서고 나서부터 나는 뒷산을 바라보곤 하였다.

인생은 바람처럼 지구를 스쳐 지나가는데 산은 긴긴 시간 거기에 있다.

나도 산이 되길 원한다. 

산이 사계의 옷을 갈아입으면 나는 몸서리쳐지는 고독에 빠진다. 

산의 탈바꿈, 자연의 생명력을 나는 배울 수 없어 검은 눈물만 흘린다.

청산의 생명력을 부러워하는 나에게 침묵하던 청산이 말을 걸어왔다.

“한 번 올라와.”

“힘들어. 복수가 많이 찼거든.”

산은 내가 용기를 가질 때까지 잠자코 기다려 주었다. 

어느 날 큰맘 먹고 비탈을 올랐다. 비탈에 선 나무, 풍상을 이겨낸 나무 곁에 나도 선다. 

소나무가 뿜어내는 생명의 향기가 온몸에 흡입되어 잠자던 세포를 깨운다.

신의 기운이 몸에 깃들다. 

치유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그러나….

치유는 한숨만큼 긴 기다림의 문을 통과해야 얻을 수 있는 것인가?

높지 않은 산머리에 앉으니 저 아래 빽빽이 들어선 아파트의 지붕들이 발끝에 닿는다. 

지붕 밑의 ‘mortals’. 

죽음의 세력에게 이미 인생의 앞마당을 내준 자가 ‘immortal’을 꿈꾸며 하늘만 바라본다.

김은진 목사

•홀여성선교회 회장

•마곡성은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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