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코니아] 나이의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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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중엽, 벨기에 앤트워프에서 태어난 화가 야콥 요르단스는 풍자화를 통해 인간의 본질을 날카롭게 꼬집었습니다. 그의 작품 ‘술 마시는 왕’이 그 한 예입니다. 그림 한가운데 앉아 위엄을 뽐내는 왕, 그러나 그의 주변에는 배설물 냄새를 풍기는 아이, 문란한 행위를 하는 남녀, 그리고 술에 취해 구토하는 사람이 가득합니다. 그림 속 라틴어 문구는 “인간은 다 냄새난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왕 역시 예외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마음속에는 늘 ‘왕’이라는 이상적인 존재에 대한 환상이 남아 있습니다.

야콥 요르단스의 그림처럼, 이스라엘 백성 또한 완벽한 지도자에 대한 환상을 품었습니다. 평화로운 시기를 보내던 그들에게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나이가 들어 판단력이 흐려진 사무엘은 사사직을 아들들에게 물려주었습니다. 사사직은 하나님의 영이 임한 자에게 은혜로 주어지는 것이었으나 세습으로 사사가 된 요엘과 아비야는 아버지의 행위를 따르지 않고 이익을 탐해 통치했습니다. 뇌물을 받고 판결을 굽게 하는 등 그들의 행위는 이스라엘에 실망을 주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장로들은 사무엘에게 왕을 요구합니다. 표면적인 이유는 사무엘의 노쇠함과 아들들의 잘못된 통치였지만, 그 이면에는 주변 국가들처럼 강력한 왕정을 통해 풍요와 안정을 얻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습니다. 노동력과 자원을 효과적으로 동원하는 왕정 체제는 하늘을 찌를 듯한 탑, 화려한 궁전과 같은 물질적 풍요를 가져왔고, 안정적인 식량 공급을 가능하게 했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은 눈에 보이는 풍요를 좇아 ‘왕’이라는 인간 지도자를 원했습니다. 하지만 사무엘은 백성들의 요구를 기뻐하지 않았습니다. 고대 근동 사회에서 왕은 곧 신으로 여겨졌으므로 왕을 세우는 것은 곧 하나님 대신 다른 신을 섬기겠다는 의미와 같았기 때문입니다. 어머니 한나의 간절한 기도 속에서 오직 하나님만을 왕으로 섬겨온 사무엘에게, 백성의 요구는 너무나 큰 충격이었습니다. 결국 그는 이 모든 상황을 주님께 아뢰고자 무릎을 꿇고 기도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어떻습니까? 하나님을 섬긴다고 하면서도 눈에 보이는 성공과 풍요를 좇고 있지는 않습니까? 교회 봉사 역시 내게 이익이 될 때만 하고, 그렇지 않으면 외면하지는 않습니까? 대학, 직장, 사업 등 그 어떤 것도 우리의 진정한 주인이신 하나님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우리의 왕은 오직 하나님이십니다. 냄새나는 인간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내 인생의 진정한 주인은 하나님임을 선포해야 합니다.

김한호 목사 

<춘천동부교회 위임목사•서울장신대 디아코니아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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