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설화 속 ‘고려장’ 이야기는 가난과 고립 속에서 노인을 부양하지 못하던 시절의 비극을 담고 있다. 전설에 따르면, 마을에는 일정 나이가 넘은 노인을 산속에 버리는 풍습이 있었다. 먹을 것이 부족하고, 노동력이 없는 노인을 더 이상 부양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오늘날의 잣대로 보면 끔찍한 행위이지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야기 속에는 반전이 있다. 한 젊은이는 아버지를 버리지 않고 몰래 숨겨 모셨고, 마을이 큰 위기에 처했을 때, 아버지의 지혜로 위기를 극복했다고 한다. 이는 노인의 삶의 경험과 지혜가 공동체에 얼마나 귀한 자산인지를 보여준다.
고려장은 교육을 목적으로 만들어낸 실존하지 않는 풍습을 다룬 민중 설화에 불과하다고 한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현대판 고려장이라는 말이 있다. 자식과 단절된 독거노인, 노인요양시설에서 홀로 지내는 노인, 사회로부터 잊혀진 노인이 늘고 있다. 물질적 풍요 속에서도 정서적 고립과 무관심이 또 다른 형태의 버림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급속한 고령화로 한국은 2025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이제 노인을 부양하는 문제는 개인의 효심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가족, 지역사회, 국가가 함께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노인을 단순히 ‘돌봄의 대상’이 아니라, 사회의 동반자이자 경험의 보고로 인식해야 한다.
전 노인복지관장이었던 필자는 몇 해 전 94세이신 어머니와 대화하며 놀란 적이 있다. 교회와 주변의 어르신들이 연로하셔서 가정에서 케어가 어려워 노인전문요양시설에 입소하시는 것에 대해 말씀하시면서 자식들이 부모를 버렸다고 하시는 것이다. 향후 필자도 어머니를 노인요양시설에 모시게 된다면 어머니를 어떻게 설득해야 할까를 고민한 적이 있다. 필자가 여러 해 전에 호주와 뉴질랜드의 노인요양시설을 견학하면서 이곳의 어르신들은 노인요양시설에 입소하시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를 질문했다. 그곳에 사시는 교포분께서 하시는 말씀이 이곳의 어르신들도 노인요양시설에 들어가시는 것을 꺼리신다는 대답을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가정돌봄이 어려워 어쩔 수 없이 6개월간 적응훈련을 하신 후 이곳도 사람이 사는 곳이라는 생각을 하시고 노인요양시설에 자연스럽게 들어가신다는 답변을 들은 적이 있다. 우리도 노인요양시설에 들어가시기 전 6개월 정도 적응훈련을 하신 후 어르신 본인이 직접 선택하실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초고령사회에 노인을 돌보고 부양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세대 간 교류 프로그램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노인 삶의 이야기와 기술이 젊은 세대와 연결될 때, 그 지혜가 사회 자산이 된다. 둘째, 노인 친화적 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다. 주거, 교통, 복지 서비스가 노인에게 안전하고 편리하게 제공되어야 한다. 셋째, 정서적 돌봄을 강화해야 한다. 물질적 지원만큼 중요한 것은 마음의 안식과 소속감이다.
고려장의 전설은 단순히 옛날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버림’과 ‘지혜’라는 두 가지 메시지를 우리에게 던진다. 노인을 버리는 사회는 결국 자신이 버려질 사회를 만드는 셈이고, 노인을 존중하는 사회는 미래를 존중하는 사회다.
오늘을 사는 우리의 지혜는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데서 시작된다. 고려장이 전하는 교훈을 가슴에 새기고 모든 세대가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 그것이 진정한 현대인의 지혜일 것이다.
박용창 장로
<사회복지칼럼리스트, 제삼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