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이젠 정말 마지막인데…’ 길 끝에 서면 모두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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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미국 한 도시의 ‘복음화 대회’에서 말씀을 전할 때의 일이 생각난다. 한인교회협의회 주관 연합 성회였다. 짧은 사흘 집회를 위해 학기 중에 멀리 미국까지 간다는 것이 쉽지 않아 사양했지만 임원들의 간곡한 부탁이 마치 ‘마케도니아인의 간청’처럼 느껴져 수락했다. 시차 때문에 한밤중에 눈이 떠져 뜬눈으로 지새우고 달려가기도 했고, 몰려오는 졸음과 싸우며 말씀을 전했다. 집회 장소는 한인교회의 크고 아름다운 예배당이었다. 교회 위치도 좋았고 넓은 주차장과 부대시설을 잘 갖춘 교회였다. 한때는 2천여 명이 모이던 교회였는데 분규로 많이 떠나고 현재는 200여 명의 성도들이 남아 교회 회복을 위해 애쓰고 있었다. 마지막 날, 교회의 회복을 바라시는 주님의 마음이 느껴져 설교가 더 간절했고, 합심 기도 때는 모두 눈물로 기도했다. 살아온 날 동안 받은 은혜에 감격하며 허름한 장막에서 예배했던 ‘다윗의 장막’의 회복을 원하시는 하나님의 마음(행 15:16)을 나누며 함께 울었다. 

그곳은 오래전, 미국 유학 생활을 처음 시작했던 곳이었기에 감회가 남달랐다. 가진 것도, 도와주는 이도 없이 주님 바라보며 시작한 걸음이었는데 생생한 주님의 역사하심을 경험했던 그곳은 본인에게는 ‘브니엘’이었기에 그냥 감동이 몰려왔다. 유학을 준비하면서 계속 기도했던 것이 있었다. ‘주님, 매주 설교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그리되면 어떻게든 버틸 수 있을 것 같은 계산에서였다. 그런데 그 기도에는 얼마나 응답을 빨리 주셨는지, 도착한 첫 주부터 설교할 교회로 인도하셨다. 10가정이 모여 시작된 개척교회였다. 한 달 남짓 매주 설교를 했는데, 아예 담임 제의가 들어왔다. 교회 중직자 몇 분은 퇴근 후 아예 우리 집으로 달려오셨다. 얼마나 간절하게 부탁하던지 공부도 시작하기 전, 겁 없이 개척교회 담임부터 시작했다.

함께 주님의 교회를 섬기며 울고 웃었던 성도님 몇 분이 앞자리에 앉아 계셨다. 그중 한 장로님 부부는 우리 부부를 참 아끼셔서 그 도시에 갈 때마다 항상 식사 대접을 해 주셨다. ‘내 나이 80이 넘었는데 언제 또 목사님과 식사할 기회가 오겠느냐?’ 그 말씀 앞에선 거절할 수가 없었다. 곧 구순이 되시는 장로님은 의사로부터 3개월 시한부를 진단받으셨다고 했다.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처럼 살고 계시는데 집회 소식을 들으시고 계속 기도하셨단다. “우리 목사님께서 멀리까지 오시는데, 집회 전에는 죽지 않게 해 주옵소서.” 그 기도 때문인지 3개월이 지나고 지금 2개월을 덤으로 살고 있다고 하셨다. 허리통증 때문에 현장에 달려오시지 못해 안타까워하시며, 댁에서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리셨다. 마지막 날도 교회로는 못 나오실 형편이었단다. 그런데 누워계시다가 벌떡 일어나시더란다. ‘이젠 정말 마지막인데, 우리 목사님 설교 들으러 가야지.’ 

마지막 집회 마치고 교인들 배웅하는 자리에서 손을 잡고 간곡히 부탁하셨다. “이제 목사님 뵙는 마지막인 듯한데, 마지막 식사할 수 있는 시간 좀 내주셔요.” 그 부탁을 거절할 수 없어 아이들과 식사 약속을 접고, 이번엔 내가 대접하리라는 마음으로 달려 나갔다. 식사 후 눈물 글썽이며 돌아서는 장로님 부부 배웅하고 돌아오는 길에 천국 소망 없이 사는 이들은 참 불쌍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장로님은 얼마 지나지 않아 천국으로 떠나셨다. 

문정희 시인의 시가 떠오른다. “길 끝에 서면 모두가 아름답다/ 시간의 재가 되기 위하여 타오르기 때문이다/ …세상에 뿌리 하나 내려두고 사는 일이라면/ 먼 이별 앞에 두고 타오르지 않는 것이 어디 있겠느냐.” 

본인도 어느덧 총장 임기가 끝나는 길 끝에 서 있다. 그래서 감사로 가득하고 고백이 넘쳐난다. ‘모든 것이 은혜, 한없는 은혜.’ 온통 고마운 것 투성이다. 가을 나무는 살아온 날이 감사해, 마지막 떨어질 날이 가까워져 오니 저리 고운 색깔로 물들어 가는 것일 거다. 가을의 문턱, 길 끝에 선 사람들에게 어김없이 한 시인의 외침이 들려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김운용 총장

<장로회신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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